얼마 전 장미꽃 3송이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선물 받아 어딘가에서 배달되어 온 것이 아니고 수퍼마켓 카운터에 진열되어 날좀 보소 하는 애처로운 눈빛에 현혹되어 사온 꽃송이도 아니다. 고백한다면 누구집 뒤뜰에 만발한 꽃송이중 3개를 슬쩍해온거다. 그런데 사람들은 사무실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한다. 하기사 시골 노총각 셋방같이 꾀재재했던 그런 사무실에 느닷없이 장미꽃이 들어왔으니 그런 말을 할 만도하다.
장미꽃 3송이에 심지어 누군가는 잔치라도 해야 되는 게 아니냐고 호들갑까지 떤다.
그런가...?메이비, 메이비낫.
하지만 분명한건 이 장미꽃들은 지금 심상이 어지간히 부어있을께 분명하다. 그들의 집은 그들에 어울리는 아름답고 화려한 꽃병이 아니라 인앤아웃 햄버거 집에서 공짜로 딸려온 물 컵 안에서 끼어 웅크리고 있으려니말이다.
같은 장미꽃이라도 그 옛날 폰지 사기 금액으로 역사상 최고라는 1백몇십억불을 날려버렸다는 그 누구의 사모님은 매일 집으로 배달되는 꽃값만도 하루에 2백 불이었는지 8백 불이었는지 라는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금액은 분명치가 않았지만 까짓것 밑바닥 2백 불로 쳐도 한 달에 6천불이다. 선생님들보다 학생들 실력이 더 앞선다는 쿠퍼티노 학군 괜찮은 집 한 달 렌트값보다도 훨씬 더 많은 꽃값이다.
폰지 사기 장미꽃들은 아마도 금은박의 무늬가 어울려있는 화려한 꽃병 속에서 피부 관리 영양제를 마시며 보란 듯 뽐내고 있었으련만 인앤아웃 공짜 물 컵에 끼어있는 불쌍한 우리 장미꽃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있을거다, 왜냐면 다섯 개의 장미꽃줄기가 물 컵뚜껑 가운데 깔떼기 자리인 십자가 구멍에 서로가 밀치며 덮치며 싸움박질 하고 있으려니 말이다.
3개의 줄기에는 각각 화려하고 검붉은 장미꽃이 하나씩 달려있다. 그리고 잎사귀만이 무성한 2개의 둘러리 줄기등 이렇게 다섯 개가 어떻든 밸런스를 맞추어 서로가 의지하고 있는데 생각을 고쳐 다시 보면 인앤아웃 공짜 물 컵도 꽃병행세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기 도하다.
하얀 미니냉장고 위에 있는 장미꽃의 친구들은 8온스 물병들과 5백 밀리 물병들이다. 그리고 한옆에는 하얀 스타이로폼 접시위에 나프킨과 종이컵들이 그런대로 분위기를 협조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보니 낫 배드다. 컴퓨터 모니터 2개 사이로 보이는 장미꽃은 역시 주변 분위기를 업그레이드 해주는 최고의 장식품들인 것 같다. ... 다만 며칠 전 얘기다. 정확히 3일전.
지금은 그 아름답던 꽃들이 시들해졌다. 분명 관리 잘못이고 꽃병이 문제였었나 보다. 색깔도 찌들어졌고 또 힘없이 축 늘어져있다. 꽃잎새 몇 개는 이미 캠프에서 이탈해 떨어져있으며 분위기는 물론 한산해졌다. 와! 그 어느 인테리어 디자이너 못지않은 작품이라 자랑하던 실내 전체가 망가져가는 모양새로 변해가고 있다.
백만 송이 장미꽃. 며칠 전 우연히도 이 노래에 귀가 쏠렸다. 부엌과 거실 사이에 놓여있는 TV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처음 보는 프로그램인데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에 도취되어 하던 일(맥주 깡통 따던 일)을 멈추고 한동안 눈과 귀가 한곳에 집중된 거다.
출연자 그가 쓰고 있는 가면의 눈동자가 어쩌면 그리도 슬퍼 보이는지 가슴마저 뭉클해진다. ‘복면가왕’ 이란다. 그 프로의 제목이. 인터넷으로 그걸 찾아 다시 보고 들어야지 했으면서도 아직 찾지를 못했다. 그러나 복면가왕이 우리 사무실에 잠시나마 장미꽃을 선사한 셈이다.
...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난다. 인제 캠프를 완전 철거해야 되겠다. 매달린 졸병들이 이탈한 졸병보다 적다.
굿바이 장미꽃.
<
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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