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의 창조설을 볼 것 같으면 신은 여성을 만들 때 꽃의 아름다움과 새의 지저귐, 무지개의 영롱함, 산들바람의 부드러운 입맞춤, 양의 온순함, 여우의 교활함, 파도의 웃음, 구름의 방종, 소나기의 변덕스러움을 조화있게 짜 넣었다고 한다. 그래 가지고는 남성에게 아내로 삼도록 주었다고 되어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여성에게 그 교활함이나 변덕스러움, 방종을 얘기한 것이...아마도 역사에 나오는 양귀비, 달기, 장녹수, 장희빈 등을 떠올릴 수 있지만, 그들에겐 나름대로 님을 향한 일구월심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물론 비극으로 끝난 어리석은 계책이었지만...
많은 여성들이 그 무슨 말도 안되는 헛소리냐고 화를 내겠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여성은 남성에게 예속되어 자기 주장을 할 수 없었다. 지금도 중동지방에서 일어나는 여성학대를 보면서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걸 느낀다.
영국 수상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대통령과 각계각층의 여성 수장이 우뚝 서 있는 이즈음 어쩌면 이런 것을 말하는 자체가 가소로울 수도 있다. 물론 몇 세기 전의 창조설이지만 이런 교활함이나 변덕스러움이 어찌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걸까. 요즘 남성들, 특히 정치인들을 보노라면 우리 인간 내면엔 누구에게나 이런 기질이 어느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지 않나 의심이 든다.
자기 명예나 출세를 위해 수십년 몸담았던 단체나 선후배도 깔아뭉개고 헐뜯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곳 우리 한인사회도 단체장 임기가 끝난 후에도 무슨 명목이든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신문 한켠에 사진으로 얼굴을 내밀고 거기서 삶의 존재가치를 찾으려 애쓰는 모습에 쓴웃음이 나온다.
젊은 1.5세, 2세들에게 한인사회에 애정을 갖도록 기회와 격려로 이끌어 주어야 한인사회가 발전하고 그들이 주류사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기회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내가 방송국에서 일할 때 보던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니 너무 식상할 뿐더러 동포사회 발전이 없는 거 같다. 그러다보니 모처럼 한인사회에 관심을 보였던 젊은이들이 흥미를 잃고 등을 돌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떠날 때를 알아 떠나주는 것. 그것도 아름다운 용기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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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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