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장 그리운 것은 미대에 다니던 시절 중의 하던 야간작업이다. 자정을 넘어서 밤을 새워가며 하나의 작업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시간, 나는 그림 작업했던 그 잠 잊은 밤들의 기억들을 잊지 못한다.
하나의 작업을 시작해서 시간이 가는지 모르고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를 만들다 보면 어느새 새벽녘의 푸르른 빛을 만날 수 있었다. 동이 트기 전, 깊고 짙은 어둠 속에 어스름이 비치는 그 파란 불빛을 보며 따뜻한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아 마시면 마치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듯 스스로 만족감과 성취감에 나는 평생 작업을 하는 작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내내 했다.
대학을 졸업하며 느낀 것은 부모님의 도움 없이 나 스스로 순수미술 작가로 산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아니었다. 밤을 새워가며 작업을 하며 동시에 일반 직장생활을 할 자신이 없었다. 또 그렇게 그림을 그린다한들 내 그림이 팔릴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림을 그린다고 하기엔 여태껏 열심히 학비와 재료비를 주신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었다. 그렇게 작업을 하고 평생 살고 싶었던 마음은 서서히 사라졌다. 시간이 흘러 나는 현재 그림이 아닌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한국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 그리고 나중에 다른 일을 하게 될 때나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을 도울 수 있고 사회 내의 가장 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누구이며 어느 분야가 가장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지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 계속되는 허전함, 그리고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이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나의 꿈이 흐릿해진 듯한 요즘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게 맞는 것인지 아니면 현실적으로 더 안정된 삶을 위해 또 다른 길로 가야 하는건지 계속해서 되묻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나는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아직도 주저하고 있다.
예전에 책에서 본 한 글귀로‘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나는 생각하며 계획대로 사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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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아 (BAKI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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