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스턴스 엘리엇의 ‘황무지’ 작품 덕에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 표현되었지만 나는 계절로는 가을이 가장 잔인한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완연한 가을이 어김없이 이곳에도 왔다. 낙엽이 지고 초록색이던 배경이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고 있다. 배경은 아름다워지는데 마음은 왜 이리 쓸쓸해지고 떨어지는 낙엽 같은지, 불어오는 바람도 외롭다. 공기마저 차갑게 느껴져 옷깃을 여미는 계절, 가을. 생각이 깊어지는 계절임과 동시에 허무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내려 놓기가 그리도 힘든 것인가? 나무는 그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도 오직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벗어 버리고 떨구는 것을… 순리를 받아들이기 힘든 인간은 무엇인가로부터 외로움을 탈피하려 한다. 또 다른 사람으로, 운동으로, 취미를 갖는 것으로. 하지만 옆에 누가 있어도 외롭고, 없어도 외롭다. 옆에 누가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감정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불만스럽다.
바쁘게 살다보면 외로울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은 내면의 감정이 죽었나 보다. 난 자면서도 샤워를 하면서도 운전을 하면서도 계속 내 안에 감정을 느끼고 그 생각을 놓을 수가 없어 생각이 생각을 낳는 쉴 수 없는 생각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해 자도 잔 것 같지 않을 때가 있을 지경인데 말이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인간은 사색하며 고뇌하는 그러며 진화하는 동물이 아닐까 한다. 이번 가을도 어김없이 주위에서 단풍 구경이다, 먹거리다 하며 즐기자 하는데, 대신 나는 좀 더 고독을 즐기기로 했다. 위로는 시 한 편에서 받더라도 좀 더 내 안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 우리가 복잡하고 바쁜 세상을 굶주린 사자가 입을 벌리듯 잔인한 세상에서 살아 남느라 치열하게만 살지 말고 다들 자기 자신 속 생각과 마음 상태를 잘 들여다보며 다독이고 위로하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신은 얼마나 당신 스스로를 안아주고 있는가?
<
박소영 (세종한국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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