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아름답게 진다 해도 피어나는 꽃망울에 비길까 보냐. 붉게 타오르는 저녁 노을이 아름답다 해도 힘차게 떠오르는 아침 햇살의 찬란함에 견줄가 보냐.
그러나 지는 꽃도 지는 해도 빛나던 열정과 희망이 있었으리라. 그 원대한 꿈과 희망을 이룬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가 한번 살고 가는 인생 무대에 한번만이라도 연습이 있었다면 이 세상도 나도 너무나 달라지지 않았을까. 어려서는 기어가고 젊어서는 걸어가고 중년이 되면 뛰어가다 늙어서는 날아간다는 세월의 길 위에서 돌아본들 무엇이 있겠는가.
내가 한국을 떠나올 때만 해도 대개 여성들은 좋은 신랑 만나 결혼 후 집에 들어앉아 자녀와 남편 뒷바라지 잘하는 게 성공한 삶이라 했다. 지금이야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기량을 발휘하며 스팩을 쌓아가는 여자들이 보람되게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때는 다니던 좋은 직장도 그만두고 살림만 하는 게 거의 다였다.
그러던 내가 40중반에 아들 유학으로 오게 된 미국생활에서 제 2의 인생이 시작돼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뒤늦게나마 내가 하고싶었던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회였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리포터로 성우로, 다시 옮긴 TV방송국에서 MC와 그외 중책을 맡아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었으니 행운이었다. 방송 프로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사람도 도왔고 동포단체의 행사에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했다. 그중에도 20년 전 한국일보 ‘여성의 창’에서부터 시작된 내 글쓰기가 한국문단 기회로 이어졌으며 본국 한국일보와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문학상에서 대상을 받는 영광도 누렸다. 사춘기부터 가져왔던 작가 꿈이 이곳 한국일보를 시작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어쩌면 삶이 성공이랄 수는 없어도 그런 대로 잘살아왔다고 말해야 될는지 반문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왜 후회스러운 일이 없을까 보냐. 인생이란 어쩌면 자책과 후회를 함께 수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엊그저께 시작한 글이 약속 기한인 마지막이다. 처음 글에 건강을 염려해 전화도 많이 받았고 연락이 두절돼 생각지 못했던 지인들의 반가운 소식도 날아와 지면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한국일보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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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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