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얘기 하나.
우리 집 꼬마가 6살 때 이웃집 꼬마역시 6살. 우리는 아들, 그 집은 딸. 둘이 같이 같은 유치원을 가니까 고것들의 등교와 하교를 각각 한집에서 맡는다. 어쩌다 내 차례가 되면 뒤에서 종알대는 꼬마들의 음악이 등굣길을 당긴다.
“우리 집은 방마다 TV가 있다.”
저 집 병아리가 삐약한다.
“우리 집도 방마다 TV 있다.”
우리 병아리도 지지 않고 삐약.
“우리아빠 차는 아주 비싸고 좋다.”
“우리 아빠 차는 더비싸고 더좋다.”
삐약삐약 심포니의 선율은 새벽바람을 타고 상쾌하게 귓속을 스친다.
“우리 집은 2층이다.” “우리 집도...” 잔잔히 흐르던 심포니 선율에 불협화음이 튕긴다.
--- 얼마 후 학군이 좋다는 어느 동네로 이사를 간다는 이야기에 병아리들이 울상이다. 한 살 많은 누나와 합동으로 반대운동이 시작된다. 꼬마들의 소원대로 2층집인데도 병아리들은 정든 지금의 둥지를 떠난다는 게 상상도 못할 일인가보다. 왜 ‘Best School in a Whole Wide World’ 에서 다른 학교로 가야되는 건지 꼬마들은 이해를 못하겠다며 안가겠다고 떼를 쓴다.
“아빠, 아이돈케어 2층집.” 녀석의 애원이다. 정든 학교, 정든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것인줄 꼬마들은 일찌감치 터득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때로는 있다.
Fast Forward. 요즘 얘기 하나. 어른들 입가에 침이 튕긴다.
‘도람쁘는 우리나라에서 2박3일한다.“
“우리는 비록 1박2일이지만 도착시간 출국시간 계산해보면 일하는 시간은 비슷하다.”
“도람쁘는 우리 안보회의도 참석한다.”
“트럼프는 우리국회에서 연설도 한다.”
“도람쁘는 제일먼저 우리나라에 온다.”
“제일 먼저는 매 맞을 때나 좋은 거다.” 놀고들 있네.
그런데 실리를 따지자면 짧은 쪽에서 이기는 거다. 왜들 그걸 모르나. 이 아아들 백악관 어덜트케어가 얼마나 비싼지 손가락 계산도 안한 모양이다. 그뿐인가 그어덜트 보통 어덜트가 아니다.
--- 지루하게 침대에 누워 아무리 생각해봐도 조금 전 싸인하고 악수한 약속이 아메리카 퍼스트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수도있겠다. 그러면 우기고 억지 쓰면서 다시 팔씨름하자던가 아니면 아예 백지화 하자며 서약서를 찢어버릴수도 있겠다. 잠자며 시간이 남으니 말이다.
--- 왜 이 동네 식탁에는 뉴잉글랜드 해안의 싱싱한 다이브 스칼랍이 없고 뉴욕의 Peter Luger 에서 항상 먹던 Dry-Aged 웰던 스테이크 맛은 언제 보게 되느냐고 투정할 수도 있겠다. 골프장에 깔린 잔디가 아메리칸 메이드 잔디가 아니기 때문에 라운드를 망쳤다고 불평도 할 거다.
우연인지 이번 트럼프의 외유와 함께 3개의 미국 항공모함 함대가 한반도 주위를 동시에 감싼다. 몬스터 핵추진 미국잠수함이 한반도 해협을 두루 살핀다. 2개의 차세대 초음속 F-35 비행단이 추가로 일본에 배치된다.
미국 항공모함 함대가 대양에 그 위용을 보일 때는 대개 모함을 보호하는 호위 함대가 따른다. 최소한 한 대의 순양함이 있다. 최대 10대의 구축함이 철통같이 모함을 감싸고 있다. 최소 한 대의 잠수함이 물밑을 보호한다. 크고작은 보조함대가 끊임없이 주변을 오간다. 그리고 그 항모 자체의 엄청나고 그무시무시한 비행기와 함포 화력. 이게 다 돈이다. 딸라다. 엄청 많은 딸라다.
--- 이 경비도 좀 뺏어볼까 침대에서 궁리도 해본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차라리 코리아 패싱이 꽃놀이다. 1박 2일이 아니라 0박 0 일이 더 좋은거다.
<
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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