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발생하는 테러들이 대부분 IS나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이슬람과 관련되어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무슬림을 테러리스트와 동일시하며 백인우월주의에 눈 감고 있는 동안 백인우월주의는 이미 이슬람 테러를 넘어섰다.
미 탐사보도센터(CIR)와 ‘더네이션 인스티튜트’(The Nation Institute) 조사는 국내테러의 실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200여건의 테러사건 중 이슬람 테러는 63건이었던 반면, 백인우월주의 테러는 115건에 달했다. 극좌세력의 테러도 19건이 있었다.
국내 테러의 대다수가 이슬람과 무관한 백인우월주의 소행이라는 것이다. 결과도 백인우월주의가 더 치명적이다. 이슬람 테러의 76%가 실행되지 않았지만 백인우월주의 테러는 65%가 실행돼 인명이 살상됐다. 더구나, 이슬람 테러의 48%는 사법당국이 함정수사로 인해 적발한 것들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테러방지를 명분으로 행정명령까지 발동했지만 국내 테러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편향되고 이중적인 잣대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이다. 테러를 이슬람과만 연계시킬 뿐, 백인우월주의나 극우세력에는 눈 감는 외눈박이 정책이다.
지난 10월의 라스베가스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테러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범인이 IS나 이슬람 관련자가 아닌 백인 남성 스티븐 패덕으로 밝혀지자 논쟁에 불이 붙었던 것. 2만여명의 군중을 향해 총기를 난사, 6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 사건이 테러인가, 정신병자의 난동인가? 하는 논쟁이었다. 그가 무슬림이었다면 이같은 논쟁은 시작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테러’에 대한 태도는 항상 편향적이다. 역사학자 바우에르 벨은 “테러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말하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있다”며 편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2015년 사우스 캐롤라이나 찰스턴의 한 유서 깊은 흑인교회에서 백인 딜러 루프가 신도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범인 루프는 “인종전쟁을 시작할 목적이었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그는 네오나치 성향의 백인우월주의자였다. 하지만, 테러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고, 누구도 그를 테러리스트로 부르지 않았다. 테러가 아닌 인종혐오 범죄였을 뿐이었다.
테러에 대한 이중잣대 사례는 허다하다. IS에 동조하는 글을 SNS에 올린 미국 여성은 테러혐의로 기소된 반면, 수백정의 불법무기가 적발되고 백주대낮에 가두 폭력시위까지 벌인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테러혐의로 기소된 적은 없다. 이들이 무슬림 또는 IS 동조세력이었다면 사법 당국과 여론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이중잣대를 들이대며 한쪽 눈을 감는 ‘외눈박이 테러정책’으로는 갈수록 빈번해지는 국내 자생테러를 막기 힘들다.
<
김상목 정책사회팀장 부국장 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