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도 가을이 온다. 들로 산으로 나가보니 하늘은 높고 나뭇잎 색이 변해 있다. 그로서리 마켓에도 배, 사과, 감이며 모두 제각각 색감과 향이 좋다. 지난 주말에는 서머타임 해제로 한시간 빨라져 아침에 일어나기가 가벼워지긴 했지만, 저녁에는 해가 짧아져 하루가 빨리 사라지는 것 같다. 시간이라는 개념을 이렇게 한시간만 앞당겨 놓아도 몸이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니 습관이라는 인지능력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느낀다.
찰스 두히그라는 뉴욕타임즈 기고 기자가 쓴 책 ‘Power of Habit’에 의하면 새로운 습관 형성에는 10번에서 13번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일단 시작하고 ‘Trigger(방아쇠)’라고 하는 마음속의 촉발 사인을 받고, 반복되는 일상(Routine),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Reward)이 형성돼서 ‘버릇’이 들게 되는데, 보통 나쁜 버릇이든 좋은 버릇이든 바꾸려면 10번이상은 반복돼야 한다는 것이다.
몇년 사이에 들은 나쁜 버릇이 있다면,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다. 아침의 매연과 차갑고 알싸한 공기 안에서 풍겨져 나오는 카페의 커피향은 사실 매력적이다. 이 커피향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커피숍 줄에 서있기 일쑤다. 그리고 뜨거운 커피를 받아들고 향을 음미하고 우유랑 설탕이랑 조제하고나서 달콤쌉싸름한 맛을 보면, 내게는 중독성이 강한 리워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매일 3불, 조그만 쿠키라도 얹으면 6불, 7불의 소비가 이루어지게 되고, 그것이 쌓이면 제법 큰 소비로 높아진다.
게다가 몇년 사이에 스트레스와 함께 밤잠을 설치는 불면증까지 생겼는데, 의사는 커피의 카페인이 원인이 될 수 있으니 끊으라고 권고했다. 커피를 금한 것이 오늘로 일주일째, 대신 블랙티를 마신다. 아침 출근길에 커피숍을 지나지 않으려고 멀리 돌아 걷는다. 또 좋아하는 티를 한 박스 샀다. 집에서 만들기도 좋아, 아침 먹으면서 만들어 마신다. 좋은 점은 지난 일주일간 밤잠을 잘 잤다는 것이다. 설친 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거리에서 마시는 한모금의 커피향과 맛을 사실 거부하기에는 아직은 힘든 상황이다. 10일이 되면 좀 나아질까? 오늘도 무사히, 의식적으로 ‘잠 잘자는 밤을 위하여’ 커피를 금하고 있다.
겨울로 들어선다는 ‘입동’이 캘리포니아 시간으로 내일 오전이다. 계절이 바뀌었으니 ‘나쁜 버릇’ 또는 ‘좋은 버릇’을 한가지 골라 바꿔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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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원(KCI,IIC 사업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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