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상처받는 것은 내쪽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인내하고 이해해 주는 것도 모두 다 내쪽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소설 속의 한 여인은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지난 세월을 살아왔다. 그녀는 조심스러웠다.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컸던 그녀였기에, 자신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가해자가 되기를 두려워하던 그녀는,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생물체를 파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냉장고 속에 있는 모든 고기 꾸러미들을 쓰레기통에 넣는다. 앞으로 인간보다 나약한 그 모든 것을 아프게 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그녀는 채식주의자의 길을 선택한다.
2007년도에 출간된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세 편의 중편이 실린 연작소설이다. 「채식주의자」,「몽고반점」, 그리고 「나무불꽃」이라는 각기 다른 타이틀을 통해서, 주인공 영혜가 온전한 ‘식물’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녀는 온몸에 꽃이 그려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영혜가 보여주는 에코 페미니즘은 잃어가는 여성의 권리와 생태계의 파괴를 동등화시키며 우리 모두가 평등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주장한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세계를 ‘자연’이라고 칭한다면, 인간의 손을 거쳐서 변화된 세계는 ‘문명’이라고 할 수 있다. 가부장제도 속에서 ‘여성’은 가장 원초적이고 변화되지 않은 ‘자연’과 비슷하다. 순수한 자연을 파괴하고 변화시키는 ‘문명’은 여성의 권리를 마음대로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남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명이라는 남성들이 순수한 자연을 파괴해왔듯이, 영혜라는 여성은 채식을 지지하며 자연을 지키려고 했다. 하나의 꽃과 나무가 되어서 모든 생물의 평등함을 주장하고, 아버지로부터 받은 폭력에 맞서 저항하려고 했다.
채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것과도 같다. 오십만 년 전의 미라에도 수렵의 흔적이 있었던 것처럼, 육식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은 본능을 충만시키기 위해서 수만 년 전부터 자신들보다 무력한 생물들을 희생시켜왔다. 생태계가 인간의 손으로부터 강압적으로 파괴된 것처럼, 여성들의 권리 또한 남성 우월주의 사회로부터 강압적으로 파괴되어야만 했다. 영혜는 자신의 몸을 자연 그 자체라고 인지하며 모든 생물체의 동등함을 주장한다. 그리고 육식을 거부하며 자연을 파괴하는 가해자의 신분을 내려놓길 바란다.
<장선효(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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