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의 여우와 까마귀에서 어느 날 까마귀가 입에 치즈를 물고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을 여우가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가 “오, 아름다운 새이시여 당신은 목소리도 아름다울 것 같네요”라고 유혹을 하자 우쭐하여 노래를 뽐내는 순간 치즈는 여우에게로 넘어간다.
이 우화는 지혜를 가져라, 아첨하는 자를 조심하라는 교훈을 언급한다. 새 중에서도 까마귀는 날아다니는 침팬지라 불릴 만큼 영리한 새로 알려져 있다. 뭘 잊어버리면 까마귀를 구워 먹었냐며 비하하지만, 이 새는 서너 살 어린아이의 인지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음식을 저장하기 위하여 미래에 대한 계획까지 세운다고 한다. 반면 여우는 백여시나 불여우 짓이란 말로 귀여움을 떠는 여자아이에게나 임기응변에 능한 간교한 사람을 일컬을 경우에 주로 쓰이기도 하지만 여우는 100m 밖의 소리도 감지할 수 있는 청각능력이 뛰어난 영리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영리한 이들이 우연히 마주친 관계가 아니라 야생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오며 익히 아는 사이였을 것이다. 까마귀가 치즈를 물고 있는 것을 보고 여우가 유혹을 했다면 계획된 것일 것이며, 상대방은 친구를 너무 믿은 어리석은 결과였을 것이다. 기원전 6세기경의 이솝의 시대나 지금이나 사람과의 관계는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하다. 속이고 속아주는 관계는 어린 자식과 부모 간에는 사랑의 수준이지만 그 외의 관계에선 용납이 쉽게 되지 않는다. 친근했던 사이가 어떤 이유로 틈이 갈라진 후 예전과 같거나 비슷하게 메우려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다시 상처받지 않으려고 과거의 관계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혜님 스님은 인간관계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난로처럼 대하라고 한다.
이 동화를 아름답게 보면, 여우는 까마귀의 까악까악 거리는 소리가 칭찬할 만큼 좋은 목소리가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 나무 위에 앉은 벗에게 칭찬을 보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목소리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까마귀는 칭찬을 듣는 순간 황홀하여 아마도 신명이 났을 것이다. 치즈쯤이야 노력하여 구하면 되지만 목소리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숲속 친구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 다음 날도 먹을 것을 물고 여우를 설렘으로 기다릴 것이다. 여기서 둘의 ‘기브 앤드 테이크’의 미담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싶다. 진심을 담은 칭찬이나 배려는 뇌에 오랫동안 각인된다.
<양안나(버클리문학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