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넷플렉스(Netflex)에서 볼 만한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다, 최신 등록란에 올라온 영화를 보게 되었다. 제목은 ‘Never Let Me Go’. 영화 소개는 어린 소년과 소녀들이 영국의 보딩스쿨에서 보내는 유년시절과 성장까지 이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하게 했다. 리모콘을 들고 플레이버튼을 눌렀다. 영화가 중반을 지날 무렵 예상과는 다른 의문이 밀려왔고, 이후 결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슬픔에도 이름이 있던가. 아련한 슬픔, 목이 메이는 슬픔, 통곡하는 슬픔, 가슴을 에이는 듯한 고통의 슬픔까지. 영화 속 그 누구도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 통곡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의 절제된 슬픔은 그대로 전이되어 가슴속에서 증폭되게 하고 있었다.
Nerver Let Me Go는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카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되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원본인 인간의 유전자를 복제하여 만들어진 클론(Clon)이었고, 그들이 기숙학교에서 사육된 이유는 오직 인간들을 위한 장기기증을 위해서였다. 결국 그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운명이라 여기고 받아들인다. 인간만이 사랑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인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은 클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가? 하는 문제점을 작가는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유전자복제와 AI등 과학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고 여러 기술들이 연구중인 상태에서도 반 인류적인 복제는 금기시되고 있다. 결말에 이르러 주인공 캐시, 루스, 토미는 자신들의 근원지를 찾으러 떠나고, 그들이 도착했던 곳은 실제 영국의 서머싯주에 위치한 클리브런 피어(Clevedon Pier)이다. 피어는 배를 접안시키기 위해 강이나 바닷가에 만든 구조물을 말한다.
작가가 복제인간인 그들을 그곳으로 데려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내게 우리의 영혼과 몸은 얼마나 서로 잘 접안되어 있으며,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했다. 때론 나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실제적으로는 복잡하게 얽힌 삶 속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길들의 연속일지도 모른다고.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토미의 절규는 그는 가질 수 없었지만, 우리는 이룰 수 있는 희망의 절규로 다가온다. 그들의 절규는 내게 묻는다.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나의 영혼은 어디쯤에 깨어 있는가?
<김소형(SF한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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