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탕과 쵸피노
낙엽 보인다. 을시년스리 차가운 밤바람에 한잎 두잎 밤새 떨어졌나보다. 옛날 아이들이 자랄 때 살던 그집 주위에는 년중 이맘때가 되면 온천지가 낙엽에 쌓인다. 아니 온갖 잡념마저 불러오는 단풍에 쌓인다.
추수감사절 아침 그냥 거리로 나섰다. 와, 이렇게 거리가 적막할 수가 있는건지 눈을 의심할 정도다. 집에서 나와 엘카미노로 라파옛으로 스티븐스 크릭으로 그래서 로렌스 익스프레스. 여기저기 대로를 혼자서 전세를 얻은기분이다. 다시금 엘카미노로해서 사무실로 들어온다. 창가에 비쳐보이는 호두나무 가지에 매달린 서글픈 잎새들이 바람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추수감사절!
너무나 고맙다고 감사를 해야하는데 갑자기 국물 생각이 난다. 아침인데도... 소주도...?
매운탕과 쵸피노!
어느게 더 맛이 있을까? 생각해보는데, “그야 오렌지와 사과겠지요,” 모처럼 채옥이가 한마디 끼어든다. 예스도 되고 노도 되겠다. 또 표현으로 말한다면 매운탕에는 ‘얼큰한’ 이라는 낭만적인 수식어가 따를수도 있겠는데 쵸피노에게는? 글쎄요...아무리 컴퓨터를 두들겨 보아도 ‘그래, 그거’ 하는 그런 답이 나오질않는다. 서양문명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때문일까? 아닐텐데...
사욧나라 웰컴 선물이 하나 들어왔다. 정종. 그야말로 정종병 사이즈인 1.8 리터 커다란 병이다. ‘와까다께 오니고로시,’ 이게 상표다. ‘도깨비 때려잡는 어린 버섯’ 이렇게 번역이 되나? 어떻게 해서 이런 해괴한 이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꽤 좋은 정종이다. 따끈한 정종에 오뎅. 한국인지 일본인지 누가 원조인지는 모르겠다만 금방 떠오르는 콤비다.
허나 따끈한 정종도 어쩌면 흘러간 옛말인지도 모른다. 요즘 미국의 젊은 애들 늙은 애들 할것없이 따끈한게 아니라 얼음에 파묻친 차디찬 정종을 선호한다. 와인과의 전쟁이라고나할까? 허지만 중요한거는 도깨비에 홀리건 귀신에 잡히건 지금 일본의 정종은 미국을 휩쓸고 있다는거다.
온통 사께(정종)로만 쌓여있는 술집이 있는가 하면 사께의 신비, 사께의 역사, 사께 만드는법, 사께 마시는법 끝이없다. 신비와 요술과 상술이 어깨동무하면서 미국 시장을 휩쓴다.
사께 바에서 사께밤(Sake Bomb)을 한잔 시킨다. 엉성한 정종 한잔에 생맥주로 잔을 채운다. 맛도 엉성하다. 진짜 폭탄주에는 근처에도 못가본 메뉴다. 허지만 에브리바디 해피다. 술잔도 올라가고 엄지손가락도 올라간다. 계산기 숫자도 올라가니 주인도 해피다. 이런게 바로 어깨동무 마케팅이다. 정부도 힘쓰고 기업도 노력하고 사회도 합치고 주당도 한몫한다. 주식회사 일본의 본보기중 하나다.
다시 매운탕 과 쵸피노,
쵸피노의 본적지는 여럿인듯하다. 이태리에서 건너왔다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샌프란시스코의 Fisherman’s Warf 가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있다. 그런가하면 우리동네에서 가까운 몬트레이 가기전에 있는 어촌 모스랜딩이 본적이라 하는가하면, 나요 나요 하면서 저북쪽 멘도시노가 손을 흔든다.
그렇다면 우리가 즐기는 매운탕의 고향은? 소주와 찰떡궁합 매운탕은 어데서 왔을가? 아마도 바닷가나 강물을 끼고있는 한반도 동네는 너나할것없이 자신이라고 주장할거다. 댓쓰굿. 그게 포인트다.
목포매운탕, 인천 생선탕, 제주도 무슨탕 여기저기 탕탕. 이런식으로 곳곳 특산물 음식을 재창조 개명하여 주식회사 일본같이 어깨동무 마케팅을 하면서 세계의 입맛을 돋군다.
그리고 소주 마케팅. 소주의 변신. 소주만 빼놓고 모든걸 바꾸어야한다. 대한민국 소주문명은 전세계 그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흉내낼 수도 없는, 없는 그, 거시기 그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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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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