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씨가 빚보증으로 대부분 “떼였고”, 그 결과 손해를 줄줄이 봤다고 방송에서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렇게 산다고 했다. 그걸 보면서 불현듯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는 송씨 집안의 4대 독자였고, 종손으로서 물려받은 땅이 많았다. 내가 철없는 아이었을 때 아버지가 빚보증을 섰다가 옴팡 뒤집어쓰셨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집안이 발칵, 한동안 뒤숭숭하다가 잠잠해지면 또 빚보증을 하셨다. 그리고 그사람이 갚지 못하자, 또 땅을 팔아서 갚아주었다고 했다. 이렇게 아버지는 선친이 물려주신 땅을 수도 없이 팔으셨다. 그런데 더한 것은 이렇게 돈을 꿔간 사람들이 참 뻔뻔하게 나온다는 사실이다. 아버지는 날린 땅보다 그사람들의 배은망덕함에 더욱 흥분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아무튼 아버지는 “당하고”도 또 “당하셨고” 이런 아버지를 아무도 말릴 수가 없었다.
옛말에 씨도둑은 못한다고, 피는 못 속인다 하더니, 다섯째 딸인 내가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은 듯 행동하기 시작했다. 돈만 생기면 필요한 사람에게 무담보 대출을 하기 시작했다. 빌려달라고 하지 않아도, 옆에서 듣고만 있다가도 “앗 저사람 도움이 몹시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한 후 바로 돈을 챙겨다 주었다. 지난 5년, 작게는 몇 천불, 크게는 몇 만불 단위로 꿔준 게 많아 그 돈이면 집 다운페이먼트할 정도! 허나 집은커녕 은행구좌에 돈이 편히 쉴 날이 없이 다른 사람에게로 빠져가기만 했다. 이를 본 주위 사람들은 말리다가 안타까워하며 “이 여자,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4차원 아니야?”라고 했다.
내가 이렇게 아버지처럼 살다보니, 아버지가 왜 “바보”같은 일을 무한반복하셨는지, 그 미스테리가 풀렸다. 사랑, 그것은 사랑이었지 돈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사랑을 보증섰고, 당신의 살(땅, 돈)을 베어서 힘든 사람에게 나누어 주신 것이다. 아버지는 넘치는 사랑을 이렇게 이웃에게 나누어 주신 것이다.
어린 마음에도 그런 아버지가 자랑스러웠고 멋있었나 보다. 그것이 내 무의식 깊이 각인되었고 때가 무르익자 나는 아버지가 사신 대로 살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하는 거 같다. 그리고 그들이 “적반하장”으로 나오더라도 “수행”하는 마음으로 분노를 삭이고 녹이고, 그러면서 좀 더 부드러운 마음으로 그들을 대할 자세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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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엘 송(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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