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설적인 지도자’ 앤디 머리의 딸…백지선 감독의 추천으로 부임
▶ 4골 넣고 242골 먹던 대표팀 맡아 4월 세계선수권 전승 우승 지휘
”평창 동계올림픽서 1승 이상 따내 6강전 진출하겠다”
새러 머리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전 정보 없이 처음으로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찾은 해외 취재진은 사령탑의 면면에 깜짝 놀란다.
남자 대표팀 감독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우승컵인 스탠리컵을 두 차례 들어 올린 백지선(50·영어명 짐 팩) 감독이라는 데 한번 놀라고, 여자 대표팀 감독이 새러 머리(29·캐나다)라는데 또 한 번 놀란다.
그녀의 아버지가 2012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설적인 지도자 앤디 머리이기 때문이다. 앤디 머리는 캐나다 대표팀은 물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로스앤젤레스 킹스, 세인트루이스 블루스에서 10년간 사령탑을 맡았다.
앤디 머리와 친분이 있는 백 감독이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새러 머리를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 추천했을 때만 해도 사실 모험에 가까웠다.
아무리 명지도자인 앤디 머리의 딸이라고 해도 감독 경험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새러 머리는 미국 아이스하키 명문인 미네소타대학에서 2차례 우승을 경험한 수비수 출신으로, 한국으로 오기 전에는 미국과 스위스에서 20세 이하 팀을 가르쳤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머리 감독이 2014년 9월 부임한 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차근차근 발전해갔다. 머리 감독도 지도자로서 함께 성장했다.
최근 대표팀 합숙훈련이 진행 중인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머리 감독은 "처음 감독직 제안을 받았을 때는 너무 들떴다. 그런데 막상 부딪혀보니 감독으로서 배워야 할 게 셀 수 없이 많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기댈 곳은 아버지였다. 머리 감독은 부임 초반 거의 매일 미네소타에 있는 아버지와 한 시간 이상 통화했다.
그는 "선수 때는 아버지의 말을 그렇게 듣기 싫었는데, 감독이 되니 아버지가 전수해주는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어려움은 또 있었다. 바로 언어 소통의 문제였다.
그는 "선수들에게 통역을 통해 훈련 방법을 알려준 뒤 '이해했느냐'고 물어보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예'라고 답한다. 그런데 내가 자리를 뜬 뒤에도 선수들은 그 자리에 남아서 통역에게 뭘 해야 하느냐고 물어봤다"고 돌아봤다.
머리 감독의 열정과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맞물리면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머리 감독 부임 3년 만에 괄목할만한 변화를 이뤄냈다.
1999년 이래 네 차례 참가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15전 전패에 4골을 넣고 242골을 내줬던 대표팀은 올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승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3승을 수확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이어 4월 강릉에서 열린 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리그)에서는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전승 우승 달성한 아이스하키 여자대표팀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릉=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8일 오후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IIHF 아이스하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 시상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표팀은 이후 강팀을 상대로 꾸준히 경험을 쌓았다. 프랑스, 미국, 헝가리 원정 평가전에서 한 수 위의 상대들을 상대로 도합 15경기에서 1승 14패를 기록했다.
머리 감독은 "비록 결과는 1승 14패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강팀들과의 경기였다"며 "우리가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전적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자평했다.
세계 랭킹 22위인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웨덴(5위), 스위스(6위), 일본(9위)과 B조에 속했다.
세 팀 중에서 그나마 세계 랭킹이 가장 낮은 일본을 상대로 한국은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0-3으로 패했다.
객관적 전력상으로는 1승도 쉽지 않지만, 머리 감독은 그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머리 감독은 "다들 일본전에 포커스를 맞춰서 말하는데, 우리의 목표는 조별리그 예선에서 1승 이상을 거둬 다음 단계(6강전)로 올라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모든 팀을 상대로 이기겠다는 목표로 후회 없이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개최국 자동출전권이 아니더라도 실력으로도 그곳에 오를 자격이 있는 팀이라는 것을 꼭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욕심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머리 감독은 기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오전 8시 30분부터 링크에 나와 저녁 8시 30분까지 선수들과 빙판에서 굵은 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로는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던 머리 감독은 이제 지도자로 올림픽 무대에 나선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올림픽 무대가 처음인 '태극낭자'들과 함께 말이다.
그는 "부모님이 평창 동계올림픽 첫 3경기를 보러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며 "내게도 이번 평창 올림픽은 정말로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승 우승 달성한 아이스하키 여자대표팀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릉=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8일 오후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IIHF 아이스하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 시상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