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의 프로듀서 하비 와인스타인을 자기 이름을 딴 회사에서 물러나게 했던 여성들이 있었다. 애쉴리 저드, 타일러 스위프트, 소셜 액티비스트, 타라나 버크이다. 2009년 시작된 미투(#me too)운동은 하비 와인스타인 사임 이틀만에 5백만 팔로워를 만들 정도로 거대 사회현상으로 확산됐다. 마침내 각계 각층에서 침묵을 깨고 나온 여성들은 모두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이밖에 커버되지 못한 여러 여성을 대변해 어깨만 나온 여성 사진도 포함됐다.

최근 매일 아침 미국 뉴스에서 오늘은 누가 ‘성추문’ 사건의 주인공일까 궁금해질 정도로 법조계, 언론계, 재계, 학계, 연예계, 정치계 등등 상상을 초월하는 곳에서 폭로가 잇따르면서 그동안 묵인돼 오던 상습적 성추행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렇게 촉발된 #ME TOO캠페인으로 정치인들도 줄줄이 의원직을 사퇴해야 했다.

한편 한국에서 연예인 성상납에 관련 얘기는 끊인 적이 없건만, #Me Too 에 동조하는 사례는 비교적 잠잠해 자못 실망스럽다. 아마도 한국의 ‘하비 와인스타인’들은 권력과 부를 누리며 아직도 응징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장자연이라는 배우가 2009년 자살을 했다. 그 이후 가해자들은 잊혀졌다. 거의 10년이 지났건만, 장자연이라는 배우, 피해자 이름만 기억하고 있다. 2009년 자신의 가혹한 처지를 비관하여 자살로 생을 마감하며 알려야 되겠다는 절박함으로 기록한 그녀의 편지들은 아직도 정당한 응징의 댓가를 받지 못했다. 소속사 매니저 이름도 공개된 바 없고, 100여명의 가해자들 중 거론됐던 언론사 사장은 명예훼손으로 몇몇 국회의원과 다수의 매체, 여성단체들에게 보복 대응한 사례만 남겼다. 장씨가 언급한 두 연예계 동료들은 보복이 두려워 침묵으로 일관했고, 실제로 보복을 당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샤이니 종현의 자살소식이 들린다. 케이팝 남자 스타들은 숨은 동성애자로 소문이 나곤 한다. 한국사회의 차별로 인한 연예계의 비극 또한 무성하다. 광범위하게 보면 성차별은 비단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선 사회가 성에 대한 인권 의식을 넓혀, 피해자인 성적 소수자들이 부당함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사법권에서 성착취와 폭력에 대해 인권의 문제로 다루어야 하며 가해 권력자에게 강력한 처벌로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김선원(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