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같은 시간 속에서 각자 다른 이야기를 쓰고 있다. 똑같은 것을 바라보아도, 다른 시각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평소에 사람들과 따듯한 커피를 사이에 두고 오랫동안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대화가 어느 한 책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더욱 농도 깊고 의미 있는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평론가 에드먼드 윌슨은 “같은 책을 읽은 두 사람은 없다”라고 말했다. 똑같은 문구를 읽어도, 글을 읽는 독자에 따라서 그 문장은 각기 다르게 해석이 될 수 있다. 나는 UC버클리에서 ‘Veritas’(베리타스)라는 한인 독서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같은 한권의 책을 읽어도, 18명의 독자는 제각기 다른 해석과 질문을 던져 놓는다.
‘베리타스 한인 독서 동아리’는 혼자 독서를 해오던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혼자서 읽었더라면 가볍게 스쳐 지나갔을 질문들을 다함께 되짚어보며 그에 맞는 답을 탐구해갔다. 작가 서머싯 몸의 ‘면도날’을 읽으면서, 전쟁 이후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주인공 래리에 관한 집중적인 인물 분석은 이 소설을 읽는데 흥미로움을 더해주었다. 철학, 경제, 수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1.5세와 유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똑같은 소설 속 인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혼자 책을 읽으면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부분에도 다함께 토론하다 보면 그 안에는 광대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질문이 되고 예상하지 못한 것이 해답이 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을 ‘베리타스’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베리타스’란 라틴어로 ‘진리’를 뜻한다. 책을 통하여 작가들이 들려주는 그들의 경험담은 나의 삶에도 좋은 자극을 가져다준다. 때로는 그들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섬세한 감수성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하기도 한다. 여러 작가와의 끊임없는 소통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진리를 찾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각박한 버클리대학교 생활 속에서, 학업으로만 얻게 되는 지식이 우리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18명의 대학생이 ‘베리타스’라는 독서 동아리를 통하여 삶의 지혜와 진리를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장선효(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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