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맞아 한인사회에도 희망이 가득하길 바란다.
그런데 한인경제권은 업종을 불문한 비즈니스 오너들이 불경기를 걱정하면서 무술년 새해를 맞고 있다. 이들의 우려는 캘리포니아의 강화된 노동법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요약된다. 거시경제가 불황으로 진입할 시기와 이민을 통한 자본유입 감소도 도전으로 간주된다.
사양 산업이라며 폐업을 고려하는 오너들까지 있어 심각해 보이는데 과연 비관적이기만 할까 싶다. 당장 지난해 말 이뤄진 세제개편은 한인경제권에도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
법인세 부담이 줄어든 대형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투자 약속과 직원들에 대한 특별 보너스로 화답했다. 합병과 이미지 개선 등 이면의 정치적 셈법들은 차치해도 법인세 인하가 만들어낼 임금 인상, 소비 확대, 기업 매출 증가, 일자리 증가의 선순환 효과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한인경제권에서는 세밑 한미은행이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며 시작을 알렸다. 오른 임금의 상당액이 한인경제권에서 소비되고 업소들의 매상 증대와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실제 올해부터 법인세율은 최고 35%에서 21%로 인하돼 한국의 25%보다 낮아지고, 자영업자는 소득의 20%를 공제받기 때문에 한인경제권도 상당한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줄어든 법인세와 소득세 분을 단지 오너의 주머니 채우기에 사용한다면 더 이상 기대할 바는 없다. 경제 낙수효과는 실종된 채 부유층을 위한 개악에 지나지 않는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다.
지난해 말 우연히 만난 한 경제인은 법인세 인하 효과를 묻는 질문에 “이런저런 비용들 빼고 나면 세금 낼 돈이 없다. 내는 세금이 적은데 법인세 인하 효과를 얼마나 보겠냐?”고 되물었는데 이런 주장을 그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재차 되묻자 불편한 내색을 했다.
31년 만에 최대의 감세 혜택을 받았는데 표정 관리만 할 게 아니라, 미래의 쪼그라든 한인경제권의 크기에 비례해 새로운 어려움에 봉착할 자화상까지 그려봤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체감경기를 전하기 위해 재래시장 상인들의 인터뷰가 유행했던 적이 있는데 “경기 좋다”는 말을 듣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파리 날린다”로 시작해 “죽을 맛이다”로 끝나기 일쑤여서 기자들 사이에서는 “절반은 까고 들어야” 한다는 말이 돌았다. 어렵다고 목에 핏대를 세웠던 상인들 가운데 많은 경우가 이듬해도, 또 그 이듬해에도 장사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인경제권 인사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절반 까고’ 들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저 세제 혜택도 받게 됐으니 “올해도 쉽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는 정도가 듣고 싶은 것이다. 말이 생각을, 생각이 행동을, 행동은 결과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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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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