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다. 간밤에 온 비에 성급하게 핀 매화가 연초록 베고니아 잎 위에 하얗게 지고 있다. 양지에서 먼저 피고 지는 꽃이 성질도 급해라. 매화는 잎이 피기 전에 꽃을 피우는 맑은 꽃이다.
꽃은 어디서 오는가. 모든 꽃은 흙과 씨앗이 조화를 이루어 뿌리를 내리며 줄기에서 꽃이 된다. 씨앗의 움트는 고통과 뿌리의 인내가 없이는 아름다운 꽃을 키울 수가 없다. 햇빛과 공기와 물에 의해 향기와 색깔과 모양을 만든다. 따라서 모든 꽃은 씨앗과 뿌리의 얼굴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꽃이어도 겹겹이 핀 꽃 모양이 다를 수 있다.
나는 매화나무와 매실나무가 같은 나무인 것을 안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분명 매실나무를 농장에 주문하고 갔다. 농장주인이 매화나무를 주어서 이것이 매실나무냐고 재차 확인했다. 지금까지 꽃만 보았지 열매를 모르고 살아온 바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세상에 피고 지는 꽃과 열매를 다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열매만 보고 꽃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꽃이 졌다고 그 열매가 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도 한때 화려한 시기가 끝났다고 하여 절망할 필요가 없다. 인생의 늦봄이 다시 찾아와서 다양한 열매를 맺을 수도 있다.
우리는 나무를 심은 다음 물을 주며 빨리 탐스러운 열매가 맺히길 바라며 열매가 맺히자마자 떫거나 신 열매라도 한입 베어 먹어본다. 나무는 씨앗을 퍼트리기 위해서 열매를 맺지만, 모든 열매가 다 달콤한 것은 아니다. 덜 익은 열매에 독성이 있을 수도 있다. 인간의 열매에 대한 과욕을 방지하기 위해서 독을 품었을지 모르겠다. 오랜 준비 기간 끝에 맺은 결과에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자세를 나무에게 배운다.
친구가 선인장 한 가지를 잘라주어서 집으로 가져왔다. 첫날밤 어미 몸에서 떨어진 외로움과 버려진 서러움의 밤을 혼자서 울며 보냈을 것이다. 다음 날 미안하여 좋은 흙으로 갈아준 다음 양지바른 곳으로 옮겨 어린 가지에게 잘 돌보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몇 년이 지나 선인장은 화려한 기쁨의 핑크빛 꽃으로 내게 화해의 인사를 건넸다.
매실나무에 어린아이의 영롱한 웃음 같은 매화가 빼꼼 얼굴을 내민다. 착하게 살라고 말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꽃 중의 꽃은 꽃을 좋아하고 가꾸는 사람의 맑은 웃음이라고 생각한다.
석 달 동안 글감을 찾느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즐거웠다. 읽어주신 분들께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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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나(버클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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