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 석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던 내가 남편의 취업으로 1살 세빈(10)을 데리고 미국에 온 지 10년째. 그동안 둘째 아빈(7), 막내 유빈(5)이 더 생겨, 나는 아이 셋 엄마가 되었다. 한국에서 열심히 커리어를 쌓던 나는 미국에서도 쉽게 취업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한해 한해 버티다, 점차 커리어를 벗어난 엄마들이 이국 땅에서 재취업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느끼게 되었다.
미국에서의 9년동안 육아, 가사와 동시에 영어, 전문분야도 공부해야 하는 막연한 현실 속에서, 작년 1월 “올해안에 재취업” 작전에 돌입했다. E-러닝, 컬리지 영어수업, 레쥬메와 인터뷰 준비 등 하루하루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쉽지 않은 계획 속에서 하루하루를 리프레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이들을 여름 캠프로 내몰고, 밤늦은 컬리지 숙제 후 부스스한 얼굴로 아침, 도시락을 겨우 준비하고, 아이들을 지각의 길로 이끌 뻔도 했으니. 그 가운데 나는 근 10년을 열심히 일해오던 나의 전문분야를 스르르 놓고 어느새 IT분야의 검색엔진최적화 컨텐츠 생성 업무를 작년 7월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씨는 말했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0년은 꼬박 투자해야 합니다.” ‘나는 10년을 열심히 해오던 내 분야를 내려놓고, 새로운 세계에 들어섰구나.’ 가슴에 큰 파도가 몰아쳤다. 앞으로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 하나 겁도 났다. ‘내가 선택한 결혼, 육아, 남편이라는 외부적 팩터로 인생이 꼬였구나’ 후회도 밀려왔다. 선택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 더 꽃길이었을까?
지금의 인생에도 감사한다. 비록 생명과학 전문가는 못되었지만, 육아 전문가가 되었고, 예상에도 없었던 검색엔진최적화 분야도 알게 되었다.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승승장구 못했지만 고됨 속에 더 단단해짐도 배웠고, 최선을 다했을 때 그 어떤 결과에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단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턱없는 그리움과 후회가 아닌, 선택한 인생에 대해 당당히 맞서고, 그 안에서 최선을 선택하며 감사하며 행복하게 열심히 살 것이다. 그게 내 인생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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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씨는 한국 KAIST에서 생물학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주)두산 연구원에 근무했다. 세 자녀를 키우며, 심플 스탭스(SIMPLE STEPS)와 세븐존(SEVENZONE)의 검색엔진최적화 컨텐츠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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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검색엔진컨텐츠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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