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아침에 청명한 날씨와 함께 회원들과 산길을 걷는다.
아직 봄이 오기까지는 주룩주룩 내리는 비 혹은 차디찬 바람을 머금은 세찬 빗줄기를 마주할 듯도 싶다. 하지만 아련히 보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걷는 길 밑 '함초'(鹹草) 에 갓 피어오른 새싹을 보면서 봄이 머지않았음을 알린다. 우리가 사는 주변에는 한 시간 정도면 바다를 마주할 수 있는 여건이지만 가까이 있으면서도 바다를 찾는 날은 흔치 않은 일이다.
오늘은 특이한 바다 내음이 청명한 날씨와 함께 바다를 가로지르며 걷는 듯한 기분이다. 바다를 바라보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지고 마음이 넓어진다. 바다를 바라보면 위로를 받으며 그저 멍하니 있어도 좋다. 바다는 넉넉함과 사랑을 품어주어 병아리를 잉태하는 '어미 닭'과도 같다.
오늘따라 잔잔한 바다의 물결을 보며 걷는 걸음에서 간간이 떠 오르는 지나간 삶의 고뇌를 지워 버리기도 좋은 시간이다.
불과 얼마 전에 새해가 온다고 떠들썩하게 밀려왔던 파도 소리도 오늘은 썰물에 아득히 멀어져 갔다. 오늘 같은 풍광을 보면 지상낙원이 지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나고 보니 무엇 때문에 그리 팍팍한 생활로 세월을 보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좋은 날에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나는 시가 있을까! 너무나 유명한 러시아의 국민시인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가 아닐까 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 기쁜 날이 오고야 말리니 / 마음은 미래에 살고 /
현재는 우울한 것 /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푸시킨’은 그렇게 세월이 지나면 슬픔과 고통은 사라지고 즐거움과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의 고통은 시간과 함께 소멸하여 간다는 것을 우리에게 각인시켜준다. 오랜만에 바다와 함께 걸으며 머지않아 찾아오는 봄 길에는 푸근하고 넉넉함을 품고 잦아오는 '푸시킨'의 미래의 봄날이 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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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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