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상 예방 클래스’ 노인들에 인기
▶ 낙상 인한 골절 후유증 심각… 사망자도 급증

낙상 코스에서 노인 여성들이 안전하게 일어서고 앉는 법을 배우고 있다.

94세 노인이 매트위로 넘어졌다 일어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몸을 낮추는 훈련부터 한 후 몇주에 걸쳐 잘 넘어지는 법을 배운다.
밖에서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오는 학교 체육관. 안에서는 장애물 코스 설치작업이 한창이다. 느슨해진 타일을 시뮬레이팅하도록 고안된 목조장치 ‘벨지안 사이드워크’(Belgian sidewalk), 발목에 무리가 가도록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슬로핑 스로프’(sloping slope), 그리고 ‘슬래럼’(slalom)과 ‘피루에뜨’(pirouette) 같은 것들이다. 이 기구들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65~94세의 노년 학생 클래스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위험한 지면에서 넘어질 걱정 없이 지나갈 수 있고 넘어질 때는 잘 넘어지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임상적으로 고안된 장애물 코스의 클래스다.
네덜란드는 지구촌의 다른 나라들처럼 고령화 사회가 되었고 많은 노인이 혼자 살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에게 낙상을 피하는 법뿐 아니라 잘 넘어져서 큰 부상을 피하게끔 도와주는 코스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물리치료사 디에데케 반 위크가 네덜란드 아메르스포르트의 주택가 레우스덴에서 일년에 세 번 가르치고 있는 이 낙상 예방 코스는 전국에서 수많은 물리치료사 및 테라피스트들이 운영하는 클래스와 비슷한 내용이다.
낙상 코스라는 것, 특별히 임상 테스트를 거친 이런 클래스는 상당히 최근에 등장한 현상이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런 코스가 지금은 너무 흔해져서 정부가 규제하게 됐을 정도이고, 일부 건강보험회사들은 그 비용을 커버해주기도 한다.
학생들은 모두 노인이지만 그렇다고 모두 허약한 사람은 아니다. 88세의 헤르만 반 로빙크는 자전거를 타고 왔고, 75세의 애니 후트빈 역시 자전거로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워커와 지팡이를 짚고 온 사람도 있고, 어떤 이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조심조심 찾아온 사람들이다.
낙상은 노인들에게 굉장히 심각한 부상이 될 수 있다. 노화로 인해 뼈가 부서지기 쉽고 부러진 뼈는 쉽게 치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현재 네덜란드 인구의 18.5%(약 320만명)가 65세 이상이다. 1950년에는 65세 이상이 인구의 7.7%였으니 그 사이 2.5배가 늘어난 셈이다. 2016년 가을에 네덜란드 전역에서 낙상으로 인해 사망한 65세 이상의 노인은 3,884명으로, 이는 2년 전보다 38%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망 증가는 인구의 전반적인 고령화와 특정 약물사용의 증가, 또는 사람들의 비활동성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인들은 갈수록 더 많이 비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지요”라고 한 낙상 코스의 프로그램 매니저 사스키아 클로에트는 말했다. 심지어 30대 또는 40대도 비활동적이어서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그녀는 지적했다.
은퇴한 물리치료사 한스 쿤(85)은 또래의 많은 노인들처럼 일상생활 중에 균형을 잃고 넘어질까봐 늘 걱정이다. 같은 집에서 수십년 살아온 그녀는 수년전 파트너를 먼저 떠나보낸 후 혼자 살고 있는데 낙상과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집 구석구석을 효율적이고 간단한 개조를 통해 노인이 살기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가파른 나선형 계단에는 모터 달린 의자가 설치돼있어 레일을 타고 위층으로 쉽게 올라갈 수 있다. 필요한 곳마다 핸드 그립을 설치했고, 워커를 끌고 다닐 수 있도록 경사로를 만들었으며, 운동용 자전거와 웨이트 머신도 설치해 계속 움직이면서 상체의 힘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신이 점점 약해지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지만 그래도 몸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그녀는 “나의 주된 문제는 낙상을 너무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이 코스에 합류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노인 학생들은 화요일에는 장애물 코스를 걷고 또 걸으면서 자신감을 쌓아간다. 목요일에는 실제 낙상에 도전하는 날이다. 이를 배우기 위해 학생들은 먼저 천천히 매트로 다가가서 처음에는 몸을 낮추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난 후에야 잘 넘어지는 법을 배운다.
“물론 처음부터 낙상 코스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요. 그러나 얼마 후 자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는 재미있어 한답니다”라고 말한 클로에트는 그러나 그 외에도 사회적인 면에서 이 클래스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육관 매트 위에서 서로 널브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키득대다가 농담하고, 놀리고, 웃음을 터뜨리는 일이 노인들에게 얼마나 좋은 경험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자기네들끼리 수다 떨고 웃느라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경고를 주기도 하지만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할 상대가 없어서 그런다”는 한 노인의 말을 들으면 더 이상 야단 칠 수도 없다고 강사들은 말한다.
한번은 클래스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반 로빙크가 “한쪽 발로 서는 법은 안 가르쳐주는가” 물었다. 반 위크 선생이 그걸 왜 배우려고 하느냐고 묻자 그는 “바지를 입을 때 필요해서”라고 답했고 함께 있던 학생들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반 위크는 모두에게 “바지를 입을 때는 언제나 앉아서 입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 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을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절대로 시도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사진 Jasper Juinen/ NY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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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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