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월이 참 좋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여 바쁘게 1월을 보내고, 새로운 연도의 첫번째 달을 안전히 보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해주는 아주 고마운 달.
또, 나는 2월이 참 좋다. 부모님께서 나를 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해주신, 내가 태어나 나에겐 의미있는 달.
그리고, 2월이 참 좋다. 발렌타인데이가 존재함으로써,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이 넘치는 달.
일년 열두 달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달이지만, 그중 가장 짧아 나를 안타깝게 하는 이 2월이 11개월의 기다림 끝에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은 2월이 되자마자 신기하게도 추위에서 벗어나 따뜻한 날씨를 선물받았고, 학기가 시작하고 4주 동안 나를 전전긍긍하게 만들던 수강신청 정리를 모두 할 수 있도록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가장 아끼는 지인 중 3명이 이번 달에 나를 방문하러 버클리에 오는 행복도 누리게 해주는, 21년째 나에게 2월은 참 소중하고 고마운, 그런 달이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이상하다. 2월 1일부터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내가, 올해는 2월이 되고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몇 달 전 나와는 인연이 끊겨 버린, 하지만 아직 나에겐 너무나도 특별한 한 친구가 있다. 이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족처럼 많은 것을 공유하고, 내 모든 것을 다 줘도 아깝지 않은 친구였는데, 그 친구의 생일도 이번 달 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친구의 생일이 다가오는 게 사실 겁이 나는 것 같다. 지난 2년간 나와 함께 보내던 생일이었는데 다른 계획은 있는지, 혹은 내가 생일축하한다고 하는 게 괜찮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처음으로 2월이 빨리 지나가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하루하루를 세지 못하게,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주었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은 다르기 때문에, 누구는 지금까지의 나처럼 2월을 특별해 할 수도, 또 다른 누구는 이번 달이 최대한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바랄 수 있다. 올해의 나는 생애 처음으로 후자 쪽에 서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2월이 금방 지나가길 바란다면, 우리는 참 복 받은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다른 달보다는 조금 더 빨리 우리를 떠나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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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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