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지선호, 세계 6위 체코와 접전 끝 1-2 역전패
▶ 오는 17일 스위스와 2차전 앞두고 자신감 충천
체코와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스냅샷으로 역사적인 한국의 올림픽 첫 골을 터뜨린 조민호(맨 앞)가 환호하고 있다. [AP]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세계랭킹 6위인 전통의 강호 체코를 상대로 선제골을 터뜨려 올림픽 사상 첫 골을 기록했다. 비록 1-2로 역전패를 당하는 아쉬움을 맛봤으나 기대 이상의 놀라운 선전으로 남은 경기에서 선전을 기대하게 됐다.
백지선(51·미국명 짐 백)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5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A조 조별리그 체코와 1차전에서 조민호(안양 한라)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2(1-2 0-0 0-0)로 역전패했다. 이번 대회 남자하키에서 슬로베니아가 미국을 3-2로, 슬로바키아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를 역시 3-2로 꺾는 이변이 터져 나온 가운데 한국도 그 대열에 낄 뻔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체코는 한국보다 몇 수 위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금메달,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체코는 세계 랭킹 6위로 한국(21위)과 그 격차가 상당하다. 신체 조건에서도 체코는 키 185㎝, 체중 89㎏으로 A조에서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자랑한다. 한국은 키 182㎝, 85㎏으로 A조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편이다.
하지만 정작 경기 내용에서 한국은 체코에 절대 밀리지 않았다. 첫 골을 뽑아낸 것도 한국이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과 지난 3∼10일 4차례 평가전에서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한 조민호가 역사적인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조민호는 0-0으로 맞선 1피리어드 7분 34초에 브락 라던스키(안양 한라)가 왼쪽 페이스오프 서클 주변에서 중앙으로 내준 패스를 잡아 한번 드리블한 뒤 한템포 빠른 감각적인 리스트샷으로 체코의 골망을 갈랐다.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하키리그(KHL)에서 2016-17시즌 최고의 세이브 성공률(0.953)을 기록한 체코 골리 파벨 프란초우스가 손쓸 틈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샷이었다. 그전에 라던스키에게 내준 마이클 스위프트(하이원)의 패스가 기막혔다. 2라인 공격진이 합작한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이다.
하지만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팀 브라이언 영의 후킹 페널티로 파워플레이 찬스를 잡은 체코는 11분59초에 얀 코바르가 동점골을 뽑아냈다. 미할 레피크의 패스가 문전 앞에 있던 코바르에게 정확하게 배달됐고 이를 코바르가 골로 연결했다.
이후 한국은 상대의 페널티로 파워플레이 기회를 잡았으나 수비실책으로 도리어 7분34초에 레피크에게 숏핸디드 역전골을 허용했다. 스위프트가 우리 수비 지역에서 퍽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해 레피크에게 단독 기회를 허용한 것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후 한국은 잇달아 숏핸디드 위기에 몰렸으나 수비수들의 몸을 던지는 육탄수비와 골리 맷 달튼의 신들린 선방쇼에 힘입어 1골차 격차를 유지하며 역습을 통해 역전의 기회를 노렸으나 수차례 찬스가 골로 연결되지 않으며 아쉬운 탄성만 여러 차례 자아냈다.
한국의 철벽 수문장 달튼은 이날 체코의 유효슈팅 40개 가운데 38개를 막아냈다. 한국은 3피리어드 종료 1분3초를 남기고 타임아웃을 부른 뒤 달튼을 빼고 공격수를 투입하는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으나 끝내 체코의 골문을 열지 못한 채 종료 버저가 울리고 말았다. 한국은 비록 원하는 올림픽 첫 승리는 얻지 못했지만, 조민호가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을 터트렸고, 경기 내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남은 스위스(7위), 캐나다(1위)와 경기를 자신 있게 치를 수 있게 됐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백지선 감독은 “올림픽에서 환상적인 첫 날밤을 보냈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는 체코의 유효 슈팅 40개를 2실점으로 막아낸 골리 달튼에 대해 “좋은 골리는 매 경기 승리할 기회를 준다”며 “달튼은 오늘 밤 우리에게 그 기회를 줬다. 다만 공격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첫 골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멋진 올림픽 첫 골이었다. 그 이상을 바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철벽 수문장 맷 달튼이 체코의 샷을 글러브로 잡아내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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