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을 무사히 잘 보내고, 벌써 나의 21살에게 작별인사를 해야 하는 날이 돌아왔다. 스물한살이 처음 되었을 때 “나는 평생 21살로 살거야”라고 그렇게 말했었는데, 시간은 너무나도 공평하게 지나가주어 나는 내일 22살로서의 1년을 새롭게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나에게 생일이란 참 큰 의미였다. 우리집에서 생일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날’ 이었으니까. 그래서 6년 전 처음 유학길에 올랐을 땐,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생일을 보낸다는 생각 자체가 나에게는 많이 낯설었다. 생일을 하루 남겨둔 오늘, 미국에서 맞이하는 첫생일 바로 전 날 우울해했던 16살의 내가 생각나는 하루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점심시간 전, 자습시간 15분이 있었는데, 평소에 내가 좋아하던 선생님께서 갑자기 나, 그리고 같은 반이었던 다른 한국인 친구들 2명에게 다른 선생님 반에 가있으라고 하며 쫒아내셨다. 내가 가야 했던 그 교실은 점심시간에 detention을 받는 아이들이 가는 교실이었어서, 내가 왜 가야 하는 건지 이해도 하지 못하였고, 사실 처음으로 ‘이런 게 인종차별인 건가’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그리고 어린 16살이었던 난 그날 잠을 설쳐버렸다.
다음날, 처음으로 미역국 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생일날 학교에 등교를 하였다(한국에선 2월은 방학이기 때문에). 작은 사립고등학교에 다녔던지라, 학교 학생들 모두가 서로서로를 알고 있어서일까,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듣는 “Happy birthday”가 나를 너무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던 4교시가 와버렸고, 수업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눈물이 왈칵 나오고 말았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전 날 나를 다른 교실로 보내고 서프라이즈 파티를 계획한 것. 친구들, 케익, 풍선, 선물, 그리고 생일축하 노래로 가득찬 교실에 들어가는 순간 내가 느꼈던 놀람과 감동은 설명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속해 있던 치어리더팀의 친구들, 그리고 코치님까지 와주어 내 생에 미국에서 맞는 첫 생일을 너무나도 행복하고 완벽하게 보낼 수 있었다. 기대를 하지 않아서였을까? 나에겐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일이었던 것 같다.
우리 모두 피할 수 없이 매년 나이를 먹어가지만, 소중한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김보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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