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빈과 아빈을 방과후 스패니쉬 클래스로 데려다주던 날, 세빈군은 여느 때와 달리 “제가 왜 스패니쉬를 배워야 하죠?”라며 날카롭게 묻는다. 평소 스패니쉬 클래스를 아주 좋아한 건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오케이! 해볼게요!”라고 웃으면서 갔던 아이였는데. 역시 무엇이든 긍정적인 아빈이는 스패니쉬 클래스마저도 좋단다. 즐겁게 친구들을 만나 교실로 쏙 들어갔다. 세빈이를 몰랐다면 “왜 딴소리지?”라고 의아해 했을텐데 나는 내 아들을 안다. “오늘 기분 나쁜 일이 학교에서 있었구나.”
이후 세빈은 줄곧 “피곤해요, 할일이 너무 많아요” 투덜거리더니 곧 결단한다. “집에 데려다주세요. 혼자 쉬고싶어요.” 집에 아이를 내려놓고는 나는 아빈과 유빈을 픽업하기 시작한다. 미들필드 거리를 왕복 6번 바쁘게 왔다갔다한 나에게 세빈은 자기방에서 “오늘은 해산물요리를 먹고 싶어요”라고 구체적인 저녁메뉴를 정해온다. 해산물 상점에 가기 바쁜 나는 집에 있는 냉동실을 뒤져 바지락 조개 로스팅을 해주었다. 쩝쩝거리며 한 그릇을 비운 세빈은 또 자기방으로 가서 무언가를 한다.
아이를 키울 때, 수많은 육아지침에서 적용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그때는 절제와 조절, 스포일되지 않기가 모두 적용되지 않는다. 야단치고 벌 줄수록 아이는 더 비뚤어진다. 그럴 때 그 하루는 최대한 이해해주고 받아주고 들어주면 아이는 그 사랑과 배려를 엄마에게 받고는 곧 스스로 제자리를 찾는다는 것을 힘든 육아기간 몸소 느끼게 되었다. 그저 원리로만 이해하려던 내가 이 예외적용을 깨달았을 땐 얼마나 짜릿한 감동과 전율을 느꼈는지.
그렇게, 그날 하루를 투덜거리고, 하고싶은 대로 혼자있고, 원하는 걸 먹은 세빈군은 자기방에서 그날의 숙제와 자기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점점 마음을 추스려갔고, 동생들과 태권도를 갈 땐 이미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은 뒤였다.
세상을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없다. 개개인의 특성이 다른데, 관계의 어려움이 없단 건 거짓말이다. 이런 세상의 어려움을 어떻게 스스로 해소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면 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그 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도와주는 부모가 있으면 좋겠다. 어른들도 스스로 찾아나가면 좋겠다. 나 역시 지독히도 힘들었던 세 아이 육아 속에서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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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검색엔진컨텐츠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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