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안고 뒹굴고 싶어, 너와 함께 날고 싶어. 눈부신 아침이 활짝 웃고 있잖아, 춤추는 3월이 기다리잖아. 우린 목놓아 우는 1월도 보았고 꽃인가 하면 꽃잎으로 흩어져 버리는 바람 속 2월도 보았지. 기다림 더하기 참기, 쓸쓸함 더하기 외로움, 1월 더하기 2월, 그리고 너 3월... 두팔 활짝 벌리고 너가 왔다. 미치도록 퍼붓는 햇살에 결 고운 저 초록 들판들, 짜릿하도록 달콤한 아! 봄이다.
어젠 오랫만에 뒷마당에 갔다. 뽕뽕 터진 살구꽃 보려고 갔는데 민들레가 활짝 웃는다. ‘아니 네가 벌써 왔구나’ 나도 모르게 덜썩 주저앉아 인사를 나눈다.
난 2년 전 오른쪽 하반신 마비가 왔다. 걷기는 물론 손가락 하나 내 의지로 움직이지 못했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였지만 난 일어나야 했다. 난 엄마며 아내가 아니던가, 놀랄 겨를도 없이 병원 치료와 더불어 재활치료, 한방치료를 가족의 도움으로 열심히 받았다. 그러기를 일년, 난 처음에는 휠체어에서 유모차 모양의 보조물에 기대어 한발 두발 걸었으며 몇달 후엔 지팡이로 지금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혼자 걷는다. 손도 처음 일년은 잡지도 못하고 감각이 거의 없었다. 물리치료사가 만들어준 보조기로 팔 똑바로 펴기부터 시작하여 일년간의 치료 덕에 펜을 겨우 잡을 수 있었다.
작년 이맘 때 그날은 둘째아들 생일이였다. 아픈 나에게 지극정성이던 아들에게 뜻있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 아픈 나로 인해 온 가족이 경제적으로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때였다. 이제 겨우 지팡이로 걷고 손은 물건 잡는 정도였는데 온종일 고민하다 답답한 마음으로 뒷마당을 내다보다가 눈에 띈 그것! 순간 ‘아, 바로 저거야’ 생일선물이 거기에 있었다. 하얀 백지에 곱게 누른 노란 민들레를 붙이고 무조건 펜을 들었다.
쓸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써야 했다. 아니 꼬옥 보여주고 싶어서 썼다. 삐뚤빼뚤 힘도 없어 흐늘흐늘 첫 글자는 그랬다. 그러나 점점 제법 읽을 수 있는 정도의 글이 써졌다. 늦은 저녘에서야 조그마한 생일케익으로 조촐하나마 생일을 축하했다. “아들, 생일 축하해” 모두가 뭔가 싶어 휘둥그레 할 때 ”꽃 편지”. 지금도 잊지 못할 그날의 기쁨과 감동...
그 3월이 다시 왔고 그 민들레도 다시 왔다. 난 지금 걸을 수 있고 쓸 수 있다. 뛸 수는 없지만 뛸 것이고 잘 쓰진 못하지만 제법 쓴다. 뛸 수 있는 그대여 봄을 뛰세요. 쓸 수 있는 그대여 봄을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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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라(버클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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