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사하게도 꽃을 받을 일이 생겼다. 축하할 때 빠질 수 없는 장미와 튤립을 각각 한 다발씩 받았다. 노란 것들과 빨강, 주황색이 섞여 화려하고 유쾌하다. 하얀 리시안셔스와 히아신스, 핑크 카네이션은 단아하고 고와서 감탄이 절로 난다. 노란 소국과 미니 해바라기, 조팝나무 가지, 진달래색 알스트로메리아가 이름 모를 자주빛의 잔잔한 꽃들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은 마치 꽃 핀 동산을 보는 듯 다채롭다. 신이 나서 선물 받은 꽃가지들을 부지런히 다듬는다.
손 타느라 시든 바깥 꽃잎들과 줄기 아래 잎들을 떼어내고 꽃송이들의 키를 맞춘다. 한꺼번에 많이 생긴 꽃을 꽂으려니 집에 있는 꽃병들이 모두 나왔다. 입구가 좁고 바닥이 넓은 하얀 꽃병 두 개와 오래된 긴 유리컵 하나를 꺼냈다. 그리곤 외출 머리 손질하듯 이리저리 가다듬어 모양을 낸 꽃들을 꽃병에 담는다.
이 화사함을 혼자 즐기려니 아쉽다. 우리 집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다 잘 볼 수 있게 꽃병 하나는 현관 입구에 두기로 했다. 가끔 TV에서 우리나라를 찾은 해외 귀빈들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환영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하루 종일 바깥에서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에게 나도 환영과 위로를 건네고 싶다. 또 우리 집을 방문하는 반가운 이들에게도 꽃이 맞아주는 입구는 유쾌한 인사가 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화려하게 꾸민 꽃병은 환영의 자리에 두는 것이 맞겠다.
다른 꽃병에는 내가 좋아하는 꽃들만 담았다. 이 꽃병은 나를 위한 것이다. 언젠가 가수 이효리가 결혼 후에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개인 공간을 꾸몄다며 포스팅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인위적이긴 했지만 나도 그 필요성에 공감했으므로 따라해 보았다. 내게 그곳은 침대 옆 협탁이 놓인 곳이다. 여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둔다. 결혼 사진이 담긴 액자와 아이의 백일사진, 작은 성경책, 그리고 엄마가 선물로 주신 코끼리 공예품이 있다. 그곳에 꽃병을 올려 두니 미소가 번진다. 맞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개인적 공간에도 이렇듯 아름다운 것이 필요하다.
남은 꽃들은 긴 유리컵에 꽂아 식탁 위에 올려 두고 뒷정리를 마쳤다. 그러고보니 내게 아름다운 것들을 두는 자리는 언제나 그런 곳들이다. 소중한 이들을 위한 자리와 온전히 나 다울 수 있는 자리. 인생에는 언제나 그 두 자리가 참 중요한 것 같다.
<한연선(교육학박사 A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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