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나를 닮아서 질문이 많다. 친구관계, 내적갈등들을 빠짐없이 물어보면 나는 답하기 어려워진다.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은 나에겐 넘어야 할 산이다. 순간 올라오는 짜증을 누르고 차근차근 말해주려고 노력하지만, 내 대답이 시원찮을 땐 어김없이 다양한 역질문이 되돌아온다. 엄마의 생각이 자기와 다르다는 걸 고려하지 않고, 그저 자기 생각을 읽어주길 기대하는 것 같다.
엄마가 되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아이들이 배웠으면 하는 활동, 가졌으면 하는 가치관들을 그들에게 진심으로 동기부여하기란 참 어렵다. 흔한 예로 공부, 악기, 운동 혹은 종교. 어릴 땐 그저 재미로 받아들인 활동들에, 아이는 커갈수록 점점 더 많은 질문을 던진다.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냐고.” 내가 중요하다고 믿는 순간은 바로 이 시점. 이 순간 부모의 대처가 얼마나 지혜로운지에 따라 아이의 가치관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왜 엄마의 종교를 믿어야 하죠?” “왜 공부를 해야 하죠?” “왜 좋은 학교를 가야 하죠?” 첫째 세빈이 처음 질문했을 땐 ‘왜 이런 걸 물어보지? 반항하나?’ 생각이 들어 “그냥 하면 안돼?” 하고 아이에게 살짝 강요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아이는 해소될 때까지 물어본다. 그때 깨달았는데, 이 아이는 ‘반항’이 아니라 정말 ‘궁금’했던 거였다. 그걸 파악한 뒤론 열심을 다해 설명한다. ‘나중에 이 모든 대화가 아이의 ‘가치관’이 되겠구나’ 생각하며.
가장 좋은 설명은 뭘까. “좋은 학교에 가면 좋은 직장에 가고 인생이 편할 거야” 같은 일반적인 이유와 근거? 만약 편한 인생이 이 아이에게 큰 설득점이 아니라면? 그래서 아이에게 맞는 매력적인 이유와 아이가 좋아하는 접근방식을 연구해서 최대한 친절하고 설득력있게 전달해주어야 할 것 같다. 아이의 인생이 달린 중요한 문제를 부모로서 아무 고민없이 쉽게 해결하려는 건 욕심 아닐까.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의견이 무조건 옳기에 따라야 한다”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그 마음에 어떤 절실함이 있는지 표면적으로는 느껴지지만 너무 세련되지 못한 접근이 실망스럽다. 말하는 자신이 아닌 듣는 사람의 상황과 마음을 고려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해결점에 이를텐데. 나 역시 어른이 되면서 나만의 가치관과 아집이 생긴다. 그럴 때 상대방에 대한 조금만 더 세련된 유연성을 갖게 된다면 좀 더 나은 나, 좀 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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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검색엔진컨텐츠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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