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미뤄왔던 Retirement home in Carmel River Center 공연을 하기로 했다. 이곳은 산과 바다, 그리고 좋은 날씨로 인해 퇴직자들이 정착하는 곳이다. 하지만 몬트레이 시내에서는 외곽에 있어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있는 분들은 바깥 출입이 어려워지면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사람은 자신이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고 느낄 때 가장 생기가 도는 것 같다.
작년부터 공연을 미뤄왔던 것이 미안해 서둘러 이곳을 찾기로 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공연팀 등 17명 대가족이 이동했다. 불편한 몸이지만 우리를 반겨주는 손길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정성스럽게 준비해놓은 다과도 그렇고 공연마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칭찬의 박수를 보내는 눈길도 그렇다. 처음 공연순서는 찬송가로 정했다. 청교도 신앙이 밑받침된 이곳에서 같이 부를 수있는 곡을 언제나 고른다. 1, 2절 영어와 한국어로 부르고 3절은 다시한번 다같이 부른다. 오랫동안 활동없이 지내온 분들이라 아이들 노랫소리만 들려도 박수치며 즐거워한다. 자신들을 찾아와준 아이들을 기특해하고 대견해한다.
다음으로 부채춤을 선보이자 박수가 쏟아졌다. 화려한 부채춤에 매료된 이들은 감탄을 연발한다. 마지막 설장구 공연, 신나는 리듬에 그들이 환한 미소를 짓는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이곳에서 준비한 닭요리와 스낵, 그리고 우리가 아침에 준비한 콩나물 잡채와 김밥이 잘 어우러진 훌륭한 저녁식사가 차려졌다.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공연팀 아이들이 작은 손으로 음식을 담아 드렸다.
떠날 때 먼길까지 와서 이벤트를 해준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면서 서로 아쉬움을 달랬다. 봉사도 그렇고 공연도 그렇고 나 혼자 되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렇게 같은 마음을 품은 것이 귀하디 귀하다. 우리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손 내밀며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라면 기꺼이 달려가려 한다.
나는 공연팀 아이들이 봉사라는 거창한 정신보다는 약한자를 돕는 마음을 품기를 바란다. 내가 가진 재능 기부로 더 많은 사람들을 웃을 수 있게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일 아닌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러워지는 순간 아니겠는가. 나만 즐기는 배움보다는 나누는 배움이 더 뜻깊은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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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몬트레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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