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LA 한인타운 중심가에 위치한 한인회관에서 열린 34대 LA 한인회장 선거규정 및 정관 공청회는 LA 한인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안타까운 행사로 진행됐다. LA의 30만 한인들을 대표한다는 한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열린 중요한 공청회에 한인 참석자의 수가 채 10명도 안 됐다. 심지어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청중들도 대부분 한인회관 입주자들로, 실제 이 행사를 위해 참석한 일반 한인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공청회는 오는 5월 34대 한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 규정 및 정관에 대한 한인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 한인회장을 선출하는데 대한 한인사회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였지만 행사장은 썰렁하기만 했다. 물론 평일 낮에 공청회를 개최한 탓에 참가하고 싶어도 일터에 묶여 있어 공청회장을 찾지 못한 한인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참석자수만으로 볼 때는 일반 한인들이 한인회장 선거 과정에 갖고 있는 관심은 아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 했다.
반세기 가까운 역사를 지닌 한인회는 한인사회를 대표하고 한인들에게 봉사한다는 목적과 역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 대표인 한인회장을 선출하는 일은 일반 한인들에게도 중요한 관심사가 될 법한데, 실상 지난 2008년 스칼렛 엄 전 회장 당선 이후 10년 넘게 투표 절차 없이 회장을 선출해온 탓에 ‘그들만의 한인회’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 것도 사실이다.
물론 매번 한인회장 선거에서의 무투표 당선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이번 공청회를 취재하면서 12년 만에 다시 한인회장 경선이 활기차게 열릴 기대는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구성된 선거 및 정관관리 위원회는 선거를 치르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보다 공정성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데다, 한인사회 역시 경선을 치러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아무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한인사회에서는 차기 한인회장이 누가되는 지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결국 한인회장 선거보다 중요한 본질은 한인회라는 단체가 어느 순간부터 한인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초기 이민자들의 한인회를 통해 미국 정착에 꼭 필요한 정보와 도움을 얻었던 시절과는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한인사회가 존재하는 한 그 중심이 되고 주류사회 등을 대상으로 한인 전체를 대변하는 한인회 같은 단체는 여전히 꼭 필요하다.
LA 한인회가 지난 50여 년 동안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와 가교 역할을 하고 한인들을 위한 끊임없는 봉사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여전히 한인회가 해야 하고 한인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그러나 일반 한인들로부터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이같은 역할을 할 때 그 역량과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한인회는 대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소수만이 인정하는 한인회가 아닌, 어떻게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한인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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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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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줄도 몰랐음... 게다가 반농담으로, 한인을 대표하는 미국시민권자... ㅎㅎㅎ 아줌마고 아저씨고 타이틀에 목숨걸고 하는건지뭔지 얼마나... 진짜 싫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이는 그 책임이 그만큼 무거운데 왜그리도 책임질 생각보다는 위에 올라 남들을 내려다볼 생각만 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