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카톡…” 어머나! 3월의 신부! 하얀 면사포에 화사한 미소, 훤칠한 키에 넉넉한 웃음. 신부가 웃고 신랑이 웃는다. 봄도 웃고 우리도 웃는다. 모두가 행복하다.
어젠 온종일 봄비가 내렸다. 캘리포니아의 비 오는 날은 하늘도 축하하는 날이란다. 바로 이날 카톡으로 보내온 지인의 딸 결혼 사진은 오랜만에 느낀 신선함이였다. 만발한 봄이 거기에 있었으며 아득한 추억도 거기에 있었다.
어느새 내 마음은 추억에 젖어 들었다. 우린 애틋한 사랑을 하고 황홀한 결혼을 한다. 사랑의 아이를 낳고 새내기 부모가 되어 비로소 가정이란 하얀 도화지에 우리만의 그림을 그린다. 예쁜 시간도 그려 넣고 미워했던 마음도 그려 넣고 사랑 듬뿍 담은 빛깔도 칠하고 조금은 섭섭함에 그늘진 빛깔도 칠하면서 매일 매일 그림을 그린다. 밑그림도 없이 시작된 그림은 아직도 진행중.
우리 엄마는 네 명의 딸을 두었다. 딸들 결혼식만도 네 번, 매 결혼식은 지방마다 풍습이 다르고 가정마다 가풍이 달라 번번이 쉽지 않았다. 부산으로 시집 간 큰 언니는 가구며 살림살이, 집은 물론 거의 모든 것을 남자쪽에서 준비한다는 풍습 덕에 엄마는 이부자리만 혼수로 준비하면 되었다. 미국으로 시집 간 둘째 언니는 거꾸로 돈이며 옷과 화장품, 생활용품 등을 보내왔고 결혼식 때엔 큰 언니 웨딩드레스를 물려받아 입었다.
서울 토박이 집으로 시집 간 셋째 언니 결혼식은 지금까지도 엄마 가슴에 남아있는 힘든 일이다. 집은 남자쪽에서 준비하는 대신 그 집안에 필요한 가구며 집안살림은 여자측에서 채워야 했고 더구나 시누이 시동생들의 예복과 시부모님 시고모님들 시할머님 한복, 여러 친지들 혼수이불 10채와 버선30개 등을 준비해야 했다. 산적, 모듬전, 생선구이, 과일, 유과, 갖가지 떡들을 정성스레 담은 이바지음식과 혼수는 외삼촌께서 봉고차로 운반하셨다.
마지막 막내인 나는 서울로 시집 가는 데 고향이 경상남도였다. 마침 학생 때 결혼하는 탓에 시부모님댁에 이부자리만 혼수로 해서 아주 쉽게 결혼식을 했다.
얼마 전 엄마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딸 가진 부모가 더 좋은 세상이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으셨다. 아마도 네 딸들의 결혼이 생각나서일 거다. 시대는 변하고 결혼관도 변해서 이제는 서로 사랑하면 결혼은 그들의 몫.
버티칼 사이로 햇살이 든다. 오늘은 내 도화지에도 햇살이 눈부시겠지.
<
김미라(버클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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