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구를 만나 종로 인사동으로 발길을 돌렸다. 학창시절 만남의 장소, 미래의 꿈을 펼쳤던 공간이자 휴식처였던 낙원빌딩을 지나면서 그 당시 추억들이 필림 돌아가듯 스쳐간다.
친구들과 기쁨과 아픔도 함께 나누며 소녀의 감성을 키웠던 낙원분식점은 지금 생각해도 정감이 있었던, 잊을 수 없는 곳이다. 그때 우리가 나눈 소소한 대화, 깔깔 거렸던 웃음, 세상이 다 무너지는 듯한 슬픔들은 모두 우리를 성장시킨 자양분이 되었고, 세상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몇 벌의 옷을 책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시위에 가담할 시간이 되면 들어가 바꾸어 입던 그 시절의 민주화를 향한 간절함, 목숨도 줄 수 있었던 신실했던 친구들 얼굴, 두려움없이 시대를 걱정했던 패기가 그 거리에 어려 있었다.
40년이 지나 이 길을 걸으니 되돌릴 수 없는 시절이 내 머리로 걸어온다. 그때의 젊음은 시들었지만, 세상을 향한 열정도 사그라들었지만 우리가 걸어온 길에는 인생을 위로하는 꽃들이 핀 것 같다. 좀더 인권을 존중하는 의식들이 커진 것 같다. 평등과 배려, 공존의 가치가 중요해진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대의 아픔을 품고 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니 더 긴장하면서 살지 못함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아쉬움과 미안함이 마음에 부채처럼 남기도 했다.
급격히 발전한 세월 속에서도 소중했던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인사동 골목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의 거리가 됐다. 서울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꼭 들러보는 핫한 중심지가 됐다. 우리 문화예술품을 골목 골목마다 만나면서 인사동의 다양한 모습에 매료됐다.
인사동을 나와 길게 잘 복원되어 있는 서울 중심지이면서 삭막한 서울시민들의 공원인 청계천의 맑은물을 바라보면서 옛 효성교터인 효성교에 섰다. 그 옛날 작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던 청계천은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방패가 되어 살았던 곳이다. 또한 맹인들의 안식처이기도 했던 곳이다. 이제는 모든 이들에게 아늑한 쉼터가 되어 자랑스런 서울의 명소가 됐다.
서울에 오면 조국이 자랑스럽다. 조국의 발전상에 눈이 부시다. 미국에 거주하는 동포로서 자긍심이 더 높아진다. 급속한 성장 드라이브로 희생된 면면도 있지만 한국의 발전은 미주동포에게는 무한한 활력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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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몬트레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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