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같이 하고 싶었을까? 엄마가 활짝, 아주 활짝 피었다. 침묵한 초록의 시간을 보내고 햇살보다 눈부신 꽃이 되어 내게 오셨다.
오랜만에 햇살이 곱다. 아주 오랜만에 군자란이 활짝 피었다. 우리 엄마는 꽃을 좋아하신다. 특히 군자란을 사랑하신다. 30년 전 부모님은 미시간으로 이민 오셨다. 그때 한국에서 키우시던 군자란씨를 가지고 오셨다. 엄마는 고향을 가져오신 거다. 붉은 겉옷에 싸여 있던 고향은 낯설었을 이곳에서 푸르게 푸르게 잘 자라주었다.
한해 두해…어느덧 다섯해, 긴 여정 끝에 처음 피었던 그 꽃은 꽃이 아닌 엄마의 고향이였다. 그후로 매해 봄이면 어김없이 고향이 핀다. 그 고향은 산모퉁이에 핀 털북숭이 할미꽃도 데리고 오고 탱자나무 가시에 찔렸던 추억도 함께 왔으며 개울가에 멱 감는 아이들 웃음소리까지도 함께 왔다.
꽃이 피고 지기를 여러 해, 어느새 한 그루 군자란은 꽃이 씨가 되고 또 그 씨는 꽃이 되어 딸이며 아들, 하물며 엄마 지인들에게까지 봄의 전령사로 피어나고 있다. 아니 엄마가 거기에 피고 있는 거다. 오늘 나에게 피어났듯이.
나에게 군자란은 엄마다. 몇 줄기 여유로운 넓이의 잎으로 머물며 안으로 안으로 곱디고운 꽃을 잉태하고 있는 뜨거운 모정. 눈부시게 환한 햇살보다는 조금은 창 넘어오는 부드러운 햇살을 좋아하는 겸손함.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묵묵히 끌어안으며 꽃 피울 그날을 위해 인내하는 마음.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야만 얻을 수 있는 씨앗같이 칠 남매를 먼 발치에서 참아주시고 감싸주시며 기다려주심은 바로 내 엄마다.
3월! 봄이다. 봄은 꽃의 계절이다. 특이 이곳 캘리포니아의 봄은 유난히 꽃이 많다. 5년 전 처음 본 이곳은 꽃의 천국이었다. 거의 모든 나무에 꽃이 피었으며 색깔도 다양했다. 첫해는 꽃만 보았던 것 같다. 특히 샛파랑색꽃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꽃이 많아도 유난히 가슴에 피어 오랫동안 지지 않는 최고의 꽃이 있다. 바로 엄마의 고향이며 나에겐 엄마인 꽃 군자란이다. 화사한 꽃도 예쁘지만 긴 기다림이 주는 반가움과 엄마의 내음, 환한 미소가 거기엔 있다.
문득 올해엔 나도 꽃을 나누고 싶다. 엄마가 그랬듯이 나도 내 향기를 소담히 담아서 나누고 싶다. 한해 두해 나누다 보면 내 향기도 짙어지겠지.
햇살이 쏟아진다. 만발한 엄마의 미소가 햇살에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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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라(버클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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