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테크 중심지, 실리콘밸리에서는 매일 생겨나는 스타트업과 구글, 애플, 테슬라의 신기술과 신제품을 빠른 속도로 경험한다. 그에 따른 주가 변동은 기업과 직장인들에게 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 안에 있다보면, 세상이 테크기술로만 굴러가고, 이토록 바쁘게 사는 것이 정상적인 듯 느껴진다.
실리콘밸리의 집값은 하늘을 찌른다. 테크직업군이 아닌 이들에게는 팍팍한 현실이기에 실제로 실리콘밸리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이곳 학교의 교육열은 한국의 대치동을 방불케 한다. 미친 집값에도 불구, 대기업 직원들을 주식을 던져 집을 사고, 그로 인해 더욱 미친듯이 일한다. 아이들 역시 운동, 악기, 미술 등에 경쟁적으로 몸을 맡긴다.
한국 대전에서 모든 교육을 마친 나는 회사에 입사한 후에야 비로소 서울의 바쁜 움직임과 경쟁심을 접하게 되었기에 실제로 높은 집값, 과한 교육열은 결국 이곳에서 경험한 셈이다. 엔지니어로 일하는 남편은 날마다 더 바빠지고, 나역시 놓았던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바쁨의 극치를 쫓으며 아이들 액티비티 라이드에 정신을 놓을 지경이다.
아이들 교육비로 어깨가 무거운 남편과, 감사하게 잡은 일, 가정, 아이들 지원으로 몸과 마음이 바빠 정신을 못 차리는 나의 유일한 제어장치는 바로 아이들이다. 너무 바쁘지 말고, 좀 시간을 가지면 안되냐는 말을 들을 때면, 아이들에게 맞춰야 할 눈을 자꾸 다른 것에 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참 미안하고 어려운 순간, 나는 정신을 차리고 한껏 웃어준다. “미안해”
어렸을 땐 그저 열심히 놀면 됐고, 학생일 땐 배우고 열심히 공부하면 됐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해야 할 일만 멋지게 끝내면 됐는데, 지금 나는 한 가지에만 열중할 수 없도록 도와주는 아이들 덕분에 삶의 균형이란 걸 틈나면 생각하게 된다. 열심히만 하면 되는 완벽한 환경에도 불구, 열정의 절반을 내려놓고 삶의 균형을 잡는 일이 참 쉽지 않고 안달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놓쳐서는 안될 귀한 인생 기술이란 걸 알게 된다.
바쁘고 정신없는 실리콘밸리에 나를 빼앗기지 말고, 부담이든, 열정이든 마음대로 치우쳐 일하지 말고, 나를 제어해주는 고마운 존재 덕분에 삶의 균형을 찾아가며 인생을 완성해가다 보면 어느새 멋지고 의미있는 인생을 찾게 될 것 같다. 이렇게 나는 실리콘밸리에서 또 하나의 인생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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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검색엔진 컨텐츠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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