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학생들의 상당수가 지낼 곳이 없어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발표되었다. 칼스테이트 대학과 LA 커뮤니티 칼리지에 재학하는 학생들의 절반 가까이는 그러잖아도 저소득층인데, 가주의 렌트비가 미 전역에서 비싸기로 악명이 높으니 학생들이 주거할 곳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칼스테이트 계열 재학생 10명 중 1명 꼴로 일정한 거주지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고, UC 계열대는 20명 중 1명, LA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들은 5명 중 1명이 노숙자 상태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의 노숙자 문제가 심각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대학에 재학하는 학생들까지 집이 없어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은 보통 우려스런 상황이 아니다.
노숙자 문제는 이제 어디를 가나 볼 수가 있다. LA 한인타운 역시 구석구석에 노숙자 텐트 촌이 자리잡고 있어 그 주변의 쓰레기와 악취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인근 주택가는 물론 새로 짓는 건물 앞에도 버젓이 노숙자 텐트가 있어 지역 미관을 해치곤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일부 노숙자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해 불편과 안전 문제도 생길 수 있다. 현재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의 노숙자 실태는 그야말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달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10년 후인 2028년까지 노숙자 문제를 완전 해결하겠다며 ‘홈리스 제로’ 이니셔티브의 시행을 선포했다. 이는 노숙자 또는 노숙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신상을 파악해 이들에게 거주지를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재원 확보을 위한 방안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노숙자 문제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가 갈수록 시의 노숙자 수는 급증해 주민들의 불만과 원성이 높아지자 구체적인 기간을 제시하고 문제 해결의 칼을 빼든 것이다.
또 지난 9일 공개된 LA 카운티 새 회계연도 예산안에서도 노숙자 관련 예산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노숙자 문제 해결에 무려 3억7,400만 달러를 책정했는데,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1억 달러 이상 예산이 늘어난 것이다.
이외에도 데이빗 류 LA 시의원을 비롯해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올해 해결 과제 중 최우선 순위로 노숙자 문제를 꼽고 있다. 남녀노소 주민들 모두를 위협하고 공공의 안전에 해를 끼치고 있으니 해결이 한시가 급한 사안인 것이다.
현역 정치인들이 노숙자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야 말로 자신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주민들의 소중한 한 표로 뽑은 정치인이 지역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해낸다면 유권자들은 앞으로 선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선거 참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되는 것이다.
가세티 시장이 만성적인 노숙자 문제 해결을 천명한 만큼 그의 정책적 노력이 결실을 거둬 앞으로 LA에서 노숙자 없는 깨끗한 거리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여러 이유로 집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들이 삶의 터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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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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