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다녀온 남한 공연팀 기사가 연일 관심사로 보도됐다. 성공적 공연으로 남과 북 문화의 다리를 연결하고 돌아왔다는 내용은 가슴 뭉클함을 전해줬다. 민족의 하나됨을 본 것 같아 흐뭇했다. 그러나 언제 돌발변수로 나올지 모르는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것은 늘 의심의 눈초리를 갖게 만든다. 한껏 희망을 부풀리다가 손바닥 뒤집듯 돌변했던 과거의 일들로 인해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북한 예술단이 방남했을 때 북한 모란봉악단 현송월 단장이 열창했던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조국’은 몇달이 지난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탁 트인 목소리로 주먹을 불끈 쥐고 호소하듯 부른 그 노래에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렸다. 평양 공연에서도 남북 예술인들이 차례로 나오면서 이 노래를 불렸다. ‘우리는 하나’라는 감동의 피날레에 체념하고 낙담했던 통일에 대한 생각들이 희망의 작은 불씨로 피어났다.
남측의 북한공연 무대에서 남북이 함께했던 영상이 나왔다. 1991년 4월 남북 첫 단일팀을 꾸렸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영상에 이어 지난 2월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북한 응원단의 모습도 보였다. 조용필이 ‘모나리자’를 부른 뒤 배경 화면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6.15 남북공동선언 1항이 채웠고, 2002년 MBC 평양특별공연, 이산가족 상봉 등의 영상에 이어 ‘이 순간 새로운 역사가 씌여진다’는 문구가 떴다.
동족상잔의 비극, 남과 북의 끝없는 이념대립으로 무수한 이들이 고통받았던 세월...그 세월을 넘어 이제 모두의 염원을 품고 통일의 길로 달려나가길 바란다.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역학 구도에서 통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평화의 봄을 알린 남북합동공연을 시작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기운이 벚꽃처럼 활짝 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반도의 평화, 세계 평화는 이제 우리 어깨 위에 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의 윤곽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비핵화의 길이 열리고 있는 평화의 기운이 빠르게 자라나고 있어 요즘 몹시 설렌다.
<이영숙(몬트레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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