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로 편입하기 전, 캘리포니아 남부에 있는 글렌데일이라는 도시에서 2년간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닌 나는 캘리포니아 남부를 정말 사랑한다. 버클리에서의 첫 학기였던 저번 학기엔 엘에이를 세번 정도 방문했지만, 봄학기를 한달 남긴 지금, 이번 학기엔 처음으로 5개월만에 엘에이에 돌아왔다.
5개월 전까지만 해도 엘에이에 돌아올 때마다 집에 돌아온 것 같았다. 처음 갔던 버클리보다 훨씬 더 나에게 익숙한 동네이고, 또 내가 사랑하는 도시이니까. 하지만 이번 방문은 기분이 조금 남달랐다. 집에 온 기분이 아닌, 여행을 하러 온 느낌이었기 때문. 글렌데일에서 학교를 다닐 때에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 두 명과 엘에이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이 아닌 여행을 하러 엘에이에 왔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들었다.
방문 셋째날, 내가 글렌데일에 살고 있을 때에 정말 자주 가던 아메리카나 몰에 갔다. 기분이 좋을 때, 나쁠 때, 아니 그냥 언제나 내가 가던, 나에겐 많은 일상들이 담겨 있는 곳이라 2년간 난 그 몰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5개월이 지난 후, 지금 아메리카나에는 내가 모르는 새로운 것들이 많이 생겨 있었고, 마음이 정말 이상했다. 나의 일상을 보냈던 곳을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지내는 한순간 한순간을 모두 사랑했지만, 사실 버클리는 내가 살고싶은 도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지금은 지겨운 학교 캠퍼스도, 쳐다보기도 싫은 학교 도서관도, 처음 버클리에 도착했을 때엔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던 곳들이었다. 그렇게 떨리던 장소들이, 나에겐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싫다고 하더라도 나의 집이 있는 편한 동네가 나도 모르는 새 되어버린 것이다.
시간은 참 이상한 게, 하루하루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아도, 내가 알아차릴 새도 없이 빨리 지나가져버려 있다는 것이다. 새로웠던 버클리가 어느새 나에게 익숙한 동네가 되어버렸고, 나의 매일을 담고 있던 동네는 과거에 담겨 있는 추억의 장소가 되어버렸다. 이래서 한순간 순간이 소중하고 중요한 거라고 모두들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리워 할 공간과 추억이 있다는 건 내가 복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들 중 하나라고 믿는다.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도 일상을 여행처럼 살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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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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