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월 중순을 지나고 있다.
세월이 빠른지, 늦은지 분간할 수 없는 생활에 일요일의 출근만은 정확히 머리에 입력되어 있어서 5시 30분에 부엉이 눈이 되어 일어났다. 이제는 거의 습관이 아니라 달콤한 중독이 되어버린 푹신한 의자가 있는 다방으로 출근한다. 집사람과 주말에만 오는 아들 녀석 중 한명이 간간이 내뿜는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대충 흝어 본 일주일 분량의 한국일보와 간단히 읽을거리를 챙긴다.
일요일 아침은 내게 뒤늦게 찾아온 소박한 취미 생활의 큰 부분이 되었다. 주차하고 보니 주위에 내가 첫 손님인 듯 아무도 없다. 설마 오픈했겠지 하고 "NOW HIRING" 이란 노란 딱지가 유리창에 덕지덕지 붙은 매장을 들어서려는데 드라이브 웨이 창문이 열리며 7시에 오픈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자동으로 오케이 하며 차로 돌아왔다.
이곳 생활에 익숙한 나는 잠시 한국에서의 시간관념이 떠오르며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 옛날에는 누구를 만난다는 것은 거의 다방에서 이루어지고 30분의 지각은 통상 이해해 주는 수준이었다. 사귀는 애인을 기다릴 때는 한 시간도 훌쩍 넘던 시절이 있었다. 아쉽게도 바람을 맞은 날은 떠나기 전 다방 출입문 벽에 붙어있는 메모판에 간단한 글을 써서 붙여 놓았는데 서로 눈에 잘 띄는 자리에 곱게 접어 붙이는 요령이 필요했다. 그 다방 쪽지의 내용은 대동소이해서 다음 목적지를 적어 놓기도 하고 혹은 살짝 분노에 찬 글도 적어 놓게 된다. 그 시절에는 통신 수단이 없어서 가정집에 전화가 설치된 집도 별로 없으니 다음 약속을 잡으려면 빨라야 일주일 뒤였다.
60년대 중반의 서울 시내에는 '다방'이라 불리는 곳이 몇 걸음 가다보면 있을 정도로 많았고 대개는 이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전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었으며, 종종 젊은이의 맞선 장소로도 이용되었다. 다방에는 '모닝커피'란 메뉴가 있어서 종지보다 약간 큰 커피잔에 노른자만 띄어 주었는데 달걀도 귀한 시절이라 이 커피를 마시면 정신도 맑아지고 든든한 간식이 되기도 했다.
아이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한 5분가량 남았다. 남은 시간동안 이메일이나 보려고 열었더니 많은 분량이 쌓여있다. 그런데 정다운 다방에서 만나게 될 소식보다는 쓰레기통에 넣어야 할 불필요한 것으로 가득 차 있으니 이래저래 바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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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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