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아란 바다가 있고 푸르른 나무가 있고 화사한 꽃들이 있고 쌍쌍이 노니는 새들이 있고, 바닷내음 풀내음 꽃내음이 있고,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우리가 있어 이보다 아름다울 수 없는 최고의 날이다.
어젠 리치몬드 포인트 파크로 봄 소풍을 갔다. 이른 아침 유난히도 쏟아붓는 햇살에 새들의 노랫까지 아! 아침도 덩달아 행복해했다. 참! 오랫만에 다녀온 피크닉이었다. 한동안 아프기도 했고 가게며 집도 이사했으며 더구나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탓에 일상생활이 자유롭지 못해 여유가 없었다. 어쩌면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더 없었는지 모른다. 아픔은 몸과 마음을 힘들게 했으며 조금씩 회복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기다리던 소풍날 아침이 왔다. 설친 밤을 뒤로하고 도시락을 싼다. 내가 쌀 오늘 도시락 메뉴는 잡채다. 어설픈 손으로 고기를 썬다. 오뎅, 당근, 양파도 썰고 데처낸 시금치와 잘 삶아낸 당면에 갖은 양념을 넣고 거기에 내 정성까지 듬뿍 넣어 잡채를 만든다. 없는 요리 솜씨에 불편하기까지 한 손으로 손수 잡채를 만든다니 식구들이 의아해하며 못미더운 눈치다. “사서 가면 쉬울 것을…” 한마디씩 중얼거린다. 나도 이해한다. 식구들의 걱정을, 그러나 나는 무엇이든 한 가지 음식을 내 손으로 만들어 가고 싶었다. 몇 해만의 외출이거니와 나에겐 둘도 없는 소중한 모임이었다. 더구나 오늘은 누구의 생신이 아니던가. 그랬다, 이 피크닉은 우리들 모임의 대장님 생신을 축하하는 날이기도 했다.
난 몇 해 전 이곳 버클리로 이사를 왔다. 캘리포니아에는 동포들이 많아 문학모임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터라 제일 먼저 난 늘 하고싶던 문학모임 회원이 되었다. ‘행복한 버클리 문학’, 말 그대로 행복을 안겨주는 문학모임이였다. 회원 모두가 문학으로는 물론 나이에서나 일상에서까지 연배인 덕에 한참이나 아래인 나는 막내로 많은 격려와 사랑 속에 행복한 문학활동을 하고 있다.
멀리 파아란 바다가 햇살에 반짝인다. 설레이는 내 마음도 햇살에 반짝인다. 만발한 웃음, 풍성한 음식, 행복한 가족의 즐거운 봄 소풍날. 보고싶은 얼굴 주고받는 사랑…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슬픈 가슴도 내보이고 기쁜 가슴도 내보이며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하며 봄 소풍은 무르익는다. 최고로 좋은 날에 최고로 좋은 사람들과 최고로 좋은 하루를 보냈다.
<김미라(버클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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