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려, 어느새 ‘여성의 창’ 마지막 원고를 써내려 가고 있다. 그동안 여성의 창을 통해 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한국일보 ‘여성의창’에 원고를 쓰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우선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모든 것을 주제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 기회를 나에 대하여 기록하는 시간으로 사용했다. 사실, “자원해서 하는 일”이여서 그런지 과제가 많을 때엔 정말 “아 3개월이 언제 끝나지”라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지막 원고라고 하니, 괜히 섭섭해진다. ‘마지막’이란 것은 모두 이런 것 같다. 꼭 벗어나고 싶었던 일, 장소, 물건, 혹은 사람이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이제 나의 일상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보내기가 아쉬워진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장소와 사람들과 하는 마지막을 여러번 겪어야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 과정을 나는 2개의 다른 학교에서 나눠 보냈다. 사실 처음엔 그게 너무 싫었다. 내가 이사를 가면, 원래 친하게 지내던 친구과 자주 보지 못하고, 그리고 그 친구들이 다른 아이들과 더 친하게 지내는 걸 볼 때면 어린 맘에 괜한 질투심도 느꼈다.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잘 알지 못하는 곳에서 어색한 사람들과 공유하는 대화가 힘들었지만, 나는 어느새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많은 마지막은, 많은 새로운 것들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조금 더 큰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라면 완전한 마지막은 없을 것 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내가 보낸 모든 마지막들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 아니었겠지. 그래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보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모든 나의 경험들이 진정으로 값지다고 생각한다.
하나만 바라보는 게 아닌,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나는 마지막이 아쉽지만 그 마지막이 가져올 다른 무엇에 대해 느껴지는 기대감이 좋다. 여성의 창 원고는 마지막이지만, 다른 곳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또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새로운 내 모습이 궁금하다.
<
김보은(UC버클리 학생)>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