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쏟아지는 햇살 속에 나는 프리웨이 101을 달리고 있었다. 내가 없이도 바깥 세상은 이렇게 활기차고 바쁘게 돌아가고 있음에 일종의 소외감을 느꼈지만, 나는 천하를 다 얻은 듯 기뻤다. 이민 와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4년만의 첫 대낮 나들이였다.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자 반평생 살아온 한국을 떠나 친정이 있는 이곳에 두 아들과 함께 포부도 당당하게 왔건만, 숱한 시행착오를 몸으로 부딪히며 겪어내고 있었다. 오자마자 3개월만에 세탁소를 시작했다. 학원 강사였던 나는 비즈니스가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겁없이 뛰어들어 고생했다. 운동을 해왔던 터라 체력을 자신했지만, 하루 12시간 노동에 지쳐가고 있었다. 코피를 달고 살았고, 식사 중에 숟가락을 들고 이내 졸기도 했다.
아이들 학업을 돌보기는커녕 내 몸 하나 버티기에도 버거웠다. ‘언제쯤 나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가져볼까?’ 속으로 되뇌며 갈망했다. 단 몇 시간이라도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일들을 상상해 보곤 했다. 커피숍에 가서 커피도 마셔 보고,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미술관도 박물관도 마구 쏘다니고 싶었다.
규모가 작은 비즈니스를 샀으니 직원을 둘 여유가 없었다. 우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힘들어 했다. 가게 형편이 조금 나아져 직원을 구한 첫날, 집에 가면서 한낮의 바깥 세상을 접해본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남들에게는 그저 일상일 수 있는 일들이 어떤 이에게는 눈물나게 감사한 일임을 그날 가슴깊이 느꼈다. 힘든 일에 부딪힐 때마다, 이날의 경험은 내가 얼마나 감사한 삶을 살고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
이민 사회에는 나의 시련기는 비교도 안 될 힘든 역경과 고난을 겪은 분들이 많다. 역경 중에는 고된 삶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역경을 통해 평범한 일상들이 얼마나 값지고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어차피 우리는 이곳, 미국 땅에 왔다. 한탄보다는 기쁨과 행복을 찾아 새로운 세상과 다양한 문화를 알아가는 것, 이 또한 흥미롭지 않은가? 지금까지 힘겹지만 당차게 살아온 나와 우리 모든 이민자에게 박수를 보내며 화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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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선씨는 경희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20년간 한국에서 중학교 영어강사로 활동했다. 2009년 이민한 후 샌프란시스코에서 세탁소를 하며 SF공감, 버클리문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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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선(SF공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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