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필진으로 추천받은 후 부담감, 책임감, 귀찮음 등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중히 거절했는데 한번 더 부탁을 받고 생각해보니 ‘언제 나에게 이런 기회가 다시 오겠는가’라는 생각에 즐겁고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몇일 후 신문사에서 메일을 받았는데 간단한 자기소개글과 사진을 보내라고 했다. ‘아, 사진이라…’ 어느새 사십을 훌쩍 넘겨버린 지금, 사진 속의 내 얼굴은 참으로 낯설다. 아니 늙었다. 부랴부랴 예전부터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어쩌면 이리도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는지. 사진 속의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뭐 그리 예쁘지도 잘생기지도 않은 평범한 아줌마의 얼굴이었다.
책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린시절 읽었던 이원수 선생님의 동화책 내용 중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어떤 얼굴인가?”라는 질문에 “매력적인 얼굴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매력적인 얼굴이란 이목구비가 뚜렷한, 흔히 이야기하는 미인형의 얼굴이 아니라 자기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묻어나오는 얼굴이 가장 아름답다라는 이야기였다. 문득 그러면 지금 내 매력은 무엇인가 되묻게 됐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사람은 40세가 지나면 반드시 자신의 얼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사람의 얼굴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성격, 직업, 생활 환경과 인생관 등 삶의 흔적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내 얼굴에 내 지나온 날들과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즉 얼굴은 나도 모르게 쓰고 있는 자서전과 같은 것이다.
나는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잊고 있었던 내 매력. 책임이라는 무거운 단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성실히 살아온 내 삶이 말해주는 내 얼굴이 보였다. 사진을 찾으면서 생겨난 내 얼굴에 대한 불만이 사라졌다. 오늘도 아이들을 데리러 나가면서 거울 속의 매력적인 얼굴을 가진 나에게 ‘씨익’ 미소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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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씨는 서울 출생으로 대학 졸업 후 출판사 에디터로 일했다. 결혼 후 미국으로 삶의 터를 옮겨 한 가정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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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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