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경기침체 이후 뚜렷…치솟는 집값·부족한 은퇴자금 등 원인
▶ 비백인·이민자들 가구에서 더 두드러져

수잔 야브로는 조지아 존스크릭에서 노모, 그리고 개와 함께 살고 있다. 이처럼 노부모와 성인자녀가 함께 사는 미국인 가구들이 계속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
얼마 전 일요일 쇼바나 램은 퀸즈지역 자기 집 부엌에서 식기세척기 안에 그릇을 넣고 있었다. 그러면서 85세인 시아버지가 한 손에 지팡이를 쥔 채 식기를 들고 일어나는 걸 봤다. “그 때 시아버지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걸 봤다. 지팡이는 손에서 빠져나오고 시아버지의 머리는 그래나이트 카운터탑에 부딪혔다”고 램은 당시를 떠올렸다.
그녀는 즉시 911에 전화를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남편과 상의해 2016년 자신의 집을 팔고 부부와 두 10대 자녀들, 그리고 시부모 등 여섯 식구가 살 만한 큰 집으로 이사 오길 정말 잘했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치매인 그녀의 시아버지는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 내 인도 가정에서는 램의 경우처럼 3대가 사는 게 그리 드물지 않다. “언젠가는 부모가 우리와 함께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들을 한다”고 램은 말했다.
램의 경우는 노인들과 함께 살기를 선택하는 미국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변화를 반영해 준다. 지난 2000년 두 명의 경제학자들이 연구서에서 밝혔듯 1800년대 후반 이후 대부분의 미망인들은 그녀의 자녀들 중 한명과 같이 살았다. 하지만 1940년 이런 추세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자녀와 함께 사는 미망인 비율은 그해 60%에서 1990년 센서스에서는 20%로 크게 줄었다.
자녀들은 부모들을 사랑하길 멈춘 것일까.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부모는 뉴딜정책에 의해 소셜시큐리티를 받게 되면서 가족들에게 더 이상 재정적으로 의존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UCLA 경제학자인 캐슬린 맥개리는 “노인들 수입이 늘어나면서 이들은 독립적으로 살기를 선택했다”며 “능력을 갖게 되면서 이들은 프라이버시를 선택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는 10년쯤 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유가구 혹은 다세대가구가 점차 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추세는 경기침체 후 경제적 이유에 의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센서스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0년 사이 미국 내 공유가구의 수는 11%가 늘었다. 주로 젊은 층의 실업과 학비융자, 차압 등에 따른 현상이었다. 이들은 부모 혹은 친척들 집으로 들어갔다.
관련 보고서 공동작성자로 텍사스대학 사회학자인 라리사 미키타는 대부분이 “생계를 위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공유가구(shared household)와 다세대가구(multigenerational household)는 비슷하지만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어떤 집에 배우자나 파트너 혹은 대학생이 아닌 성인 한명 이상과 같이 살 경우 그것이 공유가구이다. 거주자들이 꼭 가족일 필요는 없다.
퓨리서치 센터가 정의하는 다세대가구는 성인 가족 두세대 이상 혹은 조부모와 손주들이 같이 거주하는 가구를 말한다. 이 두 형태의 가구 모두 경기침체 이후 늘었으며 증가가 멈춘 후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다세대가구는 지난 1980년 12%로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2014년 다시 19%로 늘었다.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디베라 콘은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이전에는 85세 노인들 가운데 20%가량이 다세대가구에 거주했다. 2014년 이 비율은 24%로 늘었다. 퓨리서치 센터의 선임연구자인 리처드 프라이는 공유가구도 비슷한 추세임을 발견했다. 젊은 층 뿐 아니라 노인들 사이에서도 이런 주거형태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공유가구에 사는 성인들 가운데 14%는 그 집 가장의 부모였다. 이 비율은 1995년보다 두 배가 늘어난 것이다.
오랜 추세가 바뀌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치솟는 집값, 부족한 은퇴자금, 의료비 지출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달라지고 있는 미국의 인구구성이라고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프라이는 “이런 현상은 비백인 성인들 가운데 두드러진다. 이들이 전체 인구 중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비히스패닉 백인 성인 가운데 4분의 1 가량이 주거공간을 공유했으며 흑인들 사이의 비율은 40%에 달했다. 아시아계는 이보다 더 높아 42%였다. 아시안 가구들 평균 수입이 전국 평균보다 높음을 감안할 때 꼭 경제적 이유만으로 집을 공유하는 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히스패닉은 이 비율이 절반에 가깝다.
공유가구는 이민자들 사이에 아주 흔한 주거형태이다. 비영리단체인 캐어링 어크로스 제너레이션스의 사리타 굽타 디렉터는 “전형적 미국 가정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굽타 자신도 3년 전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아버지와 어머니를 메릴랜드 실버스프링의 자기 집에 모셨다. “평상 대화에서도 ‘언젠가 부모들이 우리 집에 들어 올 것’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 놀랄 정도”라고 굽타는 말했다.
그러나 이런 주거가 로맨틱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서로 간에 경제적, 육체적, 감정적 적응을 요구한다. 쇼바나 램은 자신의 시모부가 요양원에 있을 때보다 지금의 생활을 더 행복해 하는 것을 잘 안다. 자녀들은 조부모로부터 교훈을 배운다. 그녀와 남편은 잘 한 결정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가진 자존심 넘치는 사람들과 살고 있다. 그들을 존경하고 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길 원하지만 좌절 할 때도 있다”고 램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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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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