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남편이 한국을 다녀왔다. 아흔여섯 되신 시어머님을 일흔넷 되신 시누님이 돌보고 계신다. 형님도 몸이 성치 않으셔서 힘드신데 어머님께 정성을 다하시는 걸 뵐 때마다 죄송스런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터울이 많이 지는 남편은 막내라서 형님과 누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단다. 그런 아들을 먼 타향에 두고 자주 만나지 못하는 노모님의 그리움이 오죽하실까.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효도라는 게 일년에 한번이라도 찾아뵙는 거라 여겨 되도록이면 남편만이라도 가 뵙도록 하려고 애쓰는 게 전부다. 아들이 결혼하고 나니 같은 캘리포니아에 살아도 얼굴 보기가 힘든데, 멀리 미국과 한국에 떨어져 사시는 어머님은 더 하실 거란 생각이 든다.
남편이 도착하고 어머님과 화상통화를 하는데 “아들이 곁에 있어 좋으시죠?” 했더니 “그래 좋구나. 그런데 아범이 없는 동안 네가 힘들어서 어쩌니?” 하시며 내 걱정을 먼저 하신다. “어머님, 자주 뵙지도 못하고 연락도 못 드려 죄송해요” 했더니 “괜찮다. 사느라 네가 고생이 많구나. 지금도 잘 하고 있는데 얼마나 더 잘 하려고 그러니?” 결국 난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시차가 안 맞는다는 핑계로 연락도 못 드리고, 용돈 한번 드리지 못한 막내 며느리한테 잘 하고 있다고 하시면 난 어쩌란 말인가…
우리 어머니는 배움이 많으신 분도 아니다. 그런데도 얼마나 지혜로우셨는지 자녀들로부터 단 한번도 원망이나 불평을 들어본 적이 없으시다.
어느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강물과 같아서 소리도 없고 멈추지도 않는다고. 반면 부모를 향한 자식의 사랑은 분수와 같아서 요란하며 끝없는 동력이 필요하고 세월이 지나면 저절로 잊혀진다고 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자녀들이 그 받은 사랑을 깨닫고 자신의 자녀들에게 준다고 한다.
나도 딸이요 엄마다. 나 또한 내 아이들에게는 하고 싶은 말을 삼키며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려고 애쓰지만 부모님께는 그렇게 모든 걸 드리지 못한다. 그런데도 부모님은 그 조금만으로도 가슴이 아리다 하신다. 내게도 강물 같은 사랑이 흐르고 있다.
그래도 감사한 건 아직 내 부모님이 건강하게 곁에 계시다는 거다. 내게 기회가 있을 떄 분수 같은 사랑이라도 열심을 내 보리라 다짐한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
양주옥(피아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