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차니즘이라는 단어가 한때 유행한 적이 있었다. 웹툰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캐릭터 쿨캣, 후에는 스노우캣으로 이름을 바꾼 이 캐릭터를 통해 귀차니즘, 귀차니스트라는 단어가 유명해졌다. 귀차니즘이란 “만사가 귀찮아서 게으름 피우는 현상이 고착화된 상태”를 말한다.
가끔 나도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침대에서 일어나기 귀찮아서 뒹굴뒹굴 하기도 하고, 잘려고 누웠는데 불을 끄기 귀찮아서 그냥 불을 켜고 잔 날도 있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삶이 귀찮아서 방학 내내 내 방에서 뒹굴뒹굴 책이나 읽으면서 방 밖을 나가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누구나 가끔은 귀찮음으로 인해 소소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귀찮음이 가끔 나에게 손해를 줄 때가 있다. 바로 음식을 만들 때이다.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산 나는 내 손으로 직접 요리를 해 본 적이 없고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결혼 후 모든 것이 변했다. 우리 부부의 신혼집은 뉴욕 시티에서 북쪽으로 5시간 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시라큐스라는 도시였다. 말이 도시지 시골이었다. 한국 음식점도 몇 곳 없고 한국 장을 보기도 힘든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먹고 살아야 하니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만들어 먹어야 했는데 김치 깍두기는 물론, 짜장면에 탕수육, 프라이드 치킨까지… 그래도 다행인 것이 미국으로 떠나는 나에게 엄마가 한권의 요리책을 선물해 주셨는데, 그 책에서는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아주 유용하고 맛있는 레서피가 가득했다. 그러나 한가지 단점은 준비 과정이 길고 이것저것 손이 많이 가는 귀찮은 레서피이기도 했다. 처음 음식을 할 때는 책에 있는 레서피대로 만들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의외로 맛있는 요리들이 나왔다.
어느덧 주부 인생 15년이 넘은 지금, 음식을 할 때 ‘아, 이거 꼭 해야 돼나, 이 재료는 없는데 그냥 생략할까 아님 다른 것을 넣어 볼까’라는 귀찮음이 찾아온다. 그런 날은 꼭 음식이 맛이 없어진다. ‘정말 별거 아닌 귀찮음이었는데 이렇게 맛이 틀려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음식을 할 때는 귀찮음을 부려서는 안 된다. 이것이 나의 결론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뒤에 나를 기다리며 소금물에 숨죽여 가는 배추가 있다. 슬슬 귀찮아지려고 하지만 맛있는 김치를 기대하며 오늘은 부지런을 떨어야겠다.
<김주성(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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