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술 찬사 속 짙어지는 ‘빅브라더’ 그림자
▶ 중국 당국 전략적 육성 힘입어, 센스타임 등 글로벌 시장 석권
홍콩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인기 배우 겸 가수 재키 청(장쉐여우)에게는 최근 ‘범죄자를 잡는 별’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중국에서 열린 그의 콘서트에서 범죄 용의자가 현장에 설치된 안면인식 카메라에 잡혀 잇따라 체포되면서부터다.
경제사범으로 수배 중이던 장모(31)씨는 지난달 12일 장시성 난창시에서 열린 재키 청의 공연을 보기 위해 아내와 함께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5만명이 넘는 관중 속에서 설마 자신을 색출해낼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공연 시작 직후 공안에게 둘러싸여 그 자리에서 연행됐다.
중국 매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안면인식 시스템의 성과라며 중국의 기술력과 당국의 치안 능력을 치켜세웠다. 중국 공안에 따르면 재키 청의 공연장에서 안면인식 시스템으로 수배자를 체포한 사례는 두 건이 더 있다. 오는 7월 콘서트가 열리는 뤄양시에서도 안면인식 카메라의 위력이 재확인될 것으로 공안은 자신하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WSJ) 등에도 소개된 이번 사건은 사실 중국 공안의 의도적인 선전 성격이 짙다. WSJ는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이 설명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중국 공안이 시진핑 지도부가 주력하는 국가 감시 시스템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 이 사건을 크게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나선 것은 지난 2015년의 일이다.
시진핑과 그의 장기집권에 대한 불만을 누르기 위해 사회 통제와 치안 강화에 나선 당국은 공안부 주도로 14억 중국인 얼굴을 3초 안에 90% 이상의 정확도로 식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권력독점 반대 세력과 시짱(티베트)·신장위구르자치구의 반체제·분리주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한 통제 시스템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중국의 첨단기술이라는 포장을 철저하게 이용한다.
2014년 창업한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업체 센스타임(상탕커지)은 창업 초 당국의 기술협력 지원 요구를 받아 안면인식 분석 기술을 제공하고 카메라 영상 식별 플랫폼 공동 개발에 참여한 후 거액의 투자 유치에 성공해 글로벌 스타트업 몸값 1위로 올라섰으며 이 분야 2~3위도 이투커지와 메그비 등 중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기술이 갈수록 정밀해지면서 안면인식 시스템 활용 분야도 넓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안면인식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무인마트가 미래형 소매점포의 방향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알리바바는 소매업체 허마셴성을 인수한 후 안면인식 무인 편의점 F2를 개장했고 전자유통업체 쑤닝도 지난해 안면인식 무인상점 뷰를 선보였다.
중국 인터넷 공룡 텐센트는 패션기업 링즈스좡과 제휴를 맺고 지난해 12월 안면인식 패션매장을 개장했다. 이 밖에 중국 초상은행과 농업은행은 안면인식 기능을 갖춘 ATM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고 베이징 서우두공항 등 중국 주요 62개 공항에는 안면인식 기반 안점 검사 통로 550여개가 설치됐다. 춘제와 같은 대규모 인구 이동기에는 안면인식 시스템을 통해 공항과 기차역에서 범죄 용의자가 잡히기도 한다. 중국 공공화장실에서 화장지를 훔쳐가는 이들을 잡아내기 위해 안면인식 시스템을 설치한 곳도 등장했다.
안면인식 기술의 보급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가속화하고 있다. 테러 위협에 시달리는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을 공항과 대형 샤핑몰 등 공공시설 보안 시스템에 적극 활용할 태세다. 프랑스 파리 공항은 지난해 초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시범 도입했고 네덜란드와 일본·미국 공항에서도 이를 활용하고 있다.
신산업 분야 민간 기업에 지원정책을 펼치는 중국 정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미국은 연방의회가 직접 나서 중국 정부의 사회감시망 구축에 미국의 첨단 기술이 쓰이지 못하도록 관련 제품 수출 통관 절차를 강화해달라고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은 “중국이 안면인식 시스템 등의 감시망을 통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인권침해 행위를 가하고 있다”며 감시 카메라에 쓰이는 반도체의 대중 판매를 통제해달라고 미 행정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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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홍병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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