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좋은 것 중 하나가 나이 많은 친구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한인 사회에서는 여전히 힘든 일이지만 나에게는 나이 많은 한 친구가 있다. 그의 실제 나이에 대해 서로 얘기해 본 적은 없지만, 나보다 10여 년은 족히 많은 나이로 짐작이 간다.
우연한 기회에 그는 나의 친구이자 멘토가 되었다. 미 공군을 제대해 26세의 나이에 공무원 팀장을, 그후 CEO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영국계 미국인이다.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해온 그는, 지금도 경비행기를 취미로 모는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남녀간의 이성적인 친구는 아니지만, 내성적이고 부끄럼 많은 나에게 미국문화와 생활을 경험하도록 이끌어준다. 골프를 좋아하는 그는 대단한 독서광이기도 하다. 우주와 물리에 관심이 많은 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시간과 공간, 우주와 태양계, 그리고 생명체를 가진 또 다른 지구가 있을 충분한 가능성 등,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의 냉철한 이성과 판단은 학교에서 배우던 미국의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과 합리주의, 개인주의, 이런 단어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는 자유분방하며 마음이 따뜻한 로맨티시스트이기도 하다. 어느 날 멋진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불빛이 저 멀리 반짝이며 석양이 아름답게 지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장소와 시간 속에 살고 있는지 아는가? 지구에서 인류가 이렇게 아름다운 기후와 환경 속에 살 수 있는 시간 즉 인류의 역사는 A4용지를 우주의 역사라고 가정했을 때 단지 한 점에 지나지 않는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렇게 아름다운 시간 속에 선택받은 지구에 사는 것에 대해 감사와 한편으로는 인간의 삶이 덧없이 짧고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의 인생 철학 등은 나의 고정관념과 틀에 박힌 생각들을 전환시킨다. 길지 않은 인생의 대부분을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남이 보기에 좋은 것’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도덕적, 윤리적, 신앙적으로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갈 용기를 가져 본다. 그것이 비록 실패에 그친다 할지라도 말이다. 내가 어떤 말을 하든 재밌게 들어주고 웃어주는 너그럽고 경험 많은 친구가 있어 내 삶이 풍요롭게 느껴진다. “해럴드,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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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선(SF공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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