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수를 좋아한다. 마음 같아선 매일 삼시세끼 모두 국수만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 국수는 면이라는 한자어의 순수 우리말이다. 국수는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고, 고려시대 절에서 국수를 팔거나 먹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고려시대부터 일반적으로 먹은 듯하다. 옛날부터 생일, 결혼식 등 잔치에서 국수를 만들어 먹었는데, 국수의 길쭉한 생김새에서 장수하라는 좋은 의미와 인연을 길게 가지라는 좋은 뜻이 있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내가 국수를 좋아하는 단 한가지 이유는 맛있기 때문이다.
내가 국수를 좋아하듯이 우리 식구들 모두 국수를 좋아한다. 가는 국수, 굵은 국수, 마른 국수, 젖은 국수, 쌀국수, 파스타 등 국수의 종류에 상관없이 국수의 형태를 가진 것이면 다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의 행사가 있으면 우리집 외식은 갈비가 아니고 짜장면, 우동, 칼국수, 냉면 등 국수였다. 각 메뉴들에 해당되는 단골집이 있었고, 먹는 방법도 따로 있다. 특히 국수는 절대 잘라 먹으면 안된다는 것이 국수에 대한 나의 철학이다. 긴 국수 가락을 ‘후루룩’ 먹어야지 동강내서 먹는 것은 국수가 아니다. 가끔 냉면을 먹을 때 질겨서 끊기 힘들고 목에 걸릴 수도 있지만 절대 잘라서 먹지 않는다. 그것이 국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근거는 없지만 우리 엄마 말씀에 따르면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성격이 나쁜 사람이 없다고 하시면서 우리 식구들은 다 성격이 좋다라고 결론을 내리셨다.
요사이 내가 먹은 국수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국수는 교회 점심으로 먹은 국수다. 우리 교회 중국인 남매가 있는데 오빠가 여동생의 생일이라면서 교회 점심으로 국수를 했다. 아버지가 생일마다 만들어 주신 추억의 음식이라며 여동생 생일에 오빠가 만들어 준 것이다. 일명 장수면이라고 중국 사람들은 생일에 국수를 먹으면서 장수를 빈다고 한다. 아침부터 나와 재료를 다듬고 국물을 내고 국수를 삶고 땀을 뻘뻘 흘리며 준비한 오빠의 국수 한그릇이 얼마나 크고 위대해 보이던지… 물론 맛도 끝내 주어서 나는 두 그릇이나 먹었다.
이렇게 매력적인 국수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도 나는 국수를 먹기 위해 가스렌지 위에 물을 올린다.
<김주성(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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