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줌마 M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언니, 과일 주문하는데 같이 하실래요? 요즘 골드 키위가 맛있어요.” M 덕분에 나는 뜻하지 않게 맛있는 과일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아줌마 K는 한국장을 보러 가서 전화를 한다.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장보러 온 김에 필요한 거 있으면 사 갈게요.” 그러면 나는 파나 생강 같이 소소한 물건을 부탁한다. K의 전화로 멀리 있는 한국장을 가지 않아도 되었다. 또 다른 아줌마 S는 “그 이야기 내가 대신해줄게요. 그리고 그거는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내가 고민하고 있었던 일이 사르르 눈 녹듯이 풀린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귀찮은 일에 굳이 나서주는 사람들, 즉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이다.
국립국어원에 찾아보니 오지랖이란 단어는 순 우리말로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말한다. 이 단어는 오지랖이 넓다로 주로 사용되는데 ‘쓸데없이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면’이 있다라는 뜻이다. 이것으로 보아도 보통 오지랖이 넓다라는 뜻은 긍정보다는 부정의 의미가 강해 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런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로 인해 뜻하지 않게 많은 이익을 얻으며 살고 있다. 그러고보니 낯선 미국 생활 이곳 저곳 떠돌아 다니며 살았지만 외롭고 힘들지 않게 살 수 있었던 것은 내 주위에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 덕분이었다. 솔직히 개인적인 생각엔 남의 일에 신경 써주는 일은 귀찮기도 하고 욕을 먹을 일도 많아지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이거 필요할 거 같은데... 이 일은 내가 해 줄 수 있을 거 같은데…’와 같은 오지랖이 삭막해지는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기름지게 하는 거 같다.
오지랖을 이야기하다 보니 빼먹을 수 없는 친구 N이 생각난다. 자그마한 체구에 귀여운 N은 겉으로 보여지는 외모와 달리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꼭 도와줘야 하며, 자기 자신보다 가족이나 친구의 필요를 먼저 생각한다. N의 오지랖은 노처녀인 친언니의 혼사를 성사시키고, 결혼 확률 제로의 노총각을 결혼시켰으며, 이혼의 아픔이 있는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기도 했다. 정작 자신은 도움을 준 사람들로부터 가끔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N의 오지랖은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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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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