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TV에서 기생충 박사라는 분이 나와 기생충에 대해 재미나게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기생충을 귀엽다고 표현하며 기생충은 자기 분수를 알고 과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비만이 없단다. 사람 몸에 기생해서 살기는 하지만 크게 해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기생충이 지구온난화를 막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오존층이 뚫리는 것을 막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무슨 그리 거창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닌데 기생충 박멸을 외치냐는 항변을 하셨다. 그분 말씀으로는 구충제를 먹을 필요는 없단다. 어떤 기생충 박사는 일부러 자기 몸에 기생충을 키워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니 몸 안에 기생충 몇 마리쯤 품고 다녀도 괜찮은 것 같다.
얼마 전, 슝슝 날아오는 총알 사이로 귀순을 한 북한 병사가 있었다. 총 맞은 그를 치료하다 기생충이 가득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슬며시 자기 뱃속을 떠올리며 구충제를 복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학창시절 강제로 내야 했던 채변봉투가 떠오른다. 거기에 각자 변을 받아 와 제출하면 한국기생충박멸협회인가 그런 곳으로 보낸 뒤, 기생충이 나온 학생에게는 구충제를 먹이도록 시행했었다. 기생충 왕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실시한 전국민 기생충 제로를 목표로 시작한 세계에서 유례없던 초국가적 조치였다고 한다.
강제로, 일률적으로 뭔가 하는 것을 태생적으로 싫어한 나는 소심한 저항을 실행했다. 변 대신에 신문과 식빵을 물로 짓이겨 반죽한 뒤 제출한 것이다. 전국의 학생들, 군인들 것을 다 조사하는데 그거 하나 걸릴까 싶었다. 결과는 역시 한국기생충박멸협회 이름만큼이나 다부졌다. 친구들 다 보는 앞에서 교단 앞으로 불려나와 내가 저지른 만행을 재차 확인하고 구충제를 먹었다.
내가 이 대목을 기억 저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게 된 것은 기생충 박멸 이후, 알러지 환자가 급증했다는 글을 읽고 나서다. 기생충 박사의 말이 재미있어서 기생충에 대해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기생충과 알러지 환자의 상관관계에 관한 글을 발견한 것이다. 심지어 기생충의 단백질로 알러지 질환을 치료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글이었다.
갑자기 옆에 있지도 않은 기생충박멸협회인가 뭔가를 혼자 째려본다. 내 20년이 넘은 지독한 알러지는 구충제를 강제로 먹었던 그때부터 잠복기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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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란(교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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